“폭력의 시대에 신념 지킨 이들 그리고 싶었다”…‘암살자(들)’ 허진호 감독[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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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중 기자
김기중 기자
수정 2026-09-15 12:15
입력 2026-09-15 12:15
세줄 요약
  • 육영수 여사 저격 사건 바탕의 미스터리 추적극
  • 사건 결론보다 주변 인물 시선과 의문에 집중
  • 자유언론실천선언으로 신념 지킨 시대상 연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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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암살자(들)’을 연출한 허진호 감독. 하이브미디어코프 제공
영화 ‘암살자(들)’을 연출한 허진호 감독. 하이브미디어코프 제공


“실제 일어났던 사건에 저의 시선을 어떻게 담아야 할까 고민하느라 좀 오래 걸렸습니다.”

10년. 오는 23일 개봉하는 ‘암살자(들)’ 시나리오를 접한 허진호(63) 감독이 영화를 내놓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영화는 1974년 8월 15일 육영수 여사 저격 사건을 소재로 한 미스터리 추적극이다.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허 감독은 “(육영수 여사 저격 사건은) 제가 초등학교 5학년 때 일어난 일이었다. 당시 부모님도 그렇고 누나들도 다 같이 울었다”면서 “묘한 슬픔으로 각인된 어린 시절의 그 사건을 영화로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영화는 사건 중심이 아닌 주변 인물들의 시선으로 진행된다. 당시 6발의 총성이 울렸지만 발견된 탄환은 4개뿐이었다. 공식 기록에서 사라진 두 발의 행방을 두고 현장 경호를 담당했던 형사 철구(유해진), 사건의 이면을 좇는 신문사 사회부장 재환(박해일), 그날의 혼란을 직접 목격한 신입 기자 영일(이민호) 등 가상의 인물이 진실을 추적한다. 영부인 저격 사건에 숨겨진 공범이나 배후가 있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지만, 그 실체를 전면에 드러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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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암살자(들)’ 스틸컷. 하이브미디어코프 제공
영화 ‘암살자(들)’ 스틸컷. 하이브미디어코프 제공


“영화를 통해 이 사건을 제가 해결하거나 결론을 내릴 수는 없으니까요. 그래서 ‘왜? 그랬을까’에 초점을 뒀습니다. 당시 자료와 사실에 남아 있는 의문점과 한계에서 시작해 그 시대를 뜨겁게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습니다.”

‘8월의 크리스마스’(1998)와 ‘봄날은 간다’(2001) 등 멜로 영화로 한국 영화계를 대표해온 허 감독에게 이번 영화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보통의 가족’(2024)에서도 미스터리를 다루긴 했으나 이번 영화는 규모가 워낙 크고 이야기도 복잡하다. 이를 풀어내는 건 배우들 몫이다.

“유해진은 틀에 갇힌 배우가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배우라는 점에서 중간에 성격이 바뀌는 철구와 잘 맞습니다. 박해일은 제 이전 작 ‘덕혜옹주’(2016)에서 사회부장을 맡았는데, 기자 느낌을 워낙 잘 표현해서 이번에도 ‘박해일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민호 배우는 시리즈 ‘파친코’에서 아주 인상적이었는데, 현실적인 연기를 하면 매력적이지 않을까 싶어 섭외를 했습니다. 예상외로 잘해서 분량도 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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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암살자(들)’ 스틸컷. 하이브미디어코프 제공
영화 ‘암살자(들)’ 스틸컷. 하이브미디어코프 제공


이들 외에 박정민, 정우성, 심은경, 박해준, 오정세 등이 특별 출연한다. 허 감독은 “박정민이 맡은 범인 ‘문태광’은 왜 그런 일을 했는지 영화 속에서 설명을 하지 않는다. 어려운 역할인데, 박정민 역시 그런 질문을 안고 촬영에 들어가 훌륭히 해낸 배우”라고 칭찬했다. 한 회장으로 등장하는 정우성에 대해서는 “묵직한 역할이어서 정우성이 맡아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실제 촬영에서 눈물을 글썽이면서 연기하던데, 그 정도로 진심일 줄 몰랐다”고 웃었다.

이번 영화는 ‘서울의 봄’(2023), ‘파묘’(2024) 등을 촬영한 이모개 촬영감독 손길로 빚어냈다. 허 감독은 “미스터리 추적극 형식인 만큼 영화 내내 긴장감을 주는 장면 구성에도 고민이 많았다. 장르적인 부분을 살리는 데에 이 촬영감독 몫이 컸다”고 신뢰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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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암살자(뜰)’ 스틸컷. 하이브미디어코프 제공
영화 ‘암살자(뜰)’ 스틸컷. 하이브미디어코프 제공


전체 서사 구조는 원래 시나리오를 그대로 가져가지만, 1974년 10월 24일 동아일보의 자유언론실천선언을 후반부에 넣었다. 유신헌법을 반대하는 보도가 불가능해지자 기자들은 언론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과감히 나선다. 허 감독은 “그 시대, 폭력의 시대에 자기의 신념을 지키면서 살았던 이들과 연결시킨 장면”이라고 했다.

데뷔 28년 차를 맞은 허 감독은 조만간 드라마 ‘고래별’로 시청자들과 만난다. “요즘에는 꼭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한다기보다 계속 영화를 만든다는 것 자체가 더 소중하다는 생각을 한다”고 한 그는 “조금 더 일상적인 이야기, 세상을 바라보는 제 시선이 담긴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밝혔다.

김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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