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쉰들러’ 문형순 서장 역에 최덕문… 영화 ‘부당하므로 불이행 ’10월 제주 올로케이션

강동삼 기자
수정 2026-09-15 08:30
입력 2026-09-15 08:30
제주 4·3 80주년 2028년 개봉 목표
최덕문 “시나리오 읽고 적잖은 충격”
고훈 감독 “한 인간의 양심·용기 담을 것”
“부당하므로 불이행.”
제주4·3 당시 예비검속자들을 처형하라는 명령에 이 같은 문구를 적어 반송하며 주민 수백명의 목숨을 구한 문형순 경찰서장의 실화가 영화로 제작된다. 오는 10월부터 제주에서 올로케이션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어서 국가 폭력 앞에서 명령을 거부한 한 경찰관의 양심과 용기가 스크린에 어떻게 그려질지 관심이 쏠린다.
영화제작사 에이치필름은 경찰영웅 문형순(1897~1966) 서장의 실화를 다룬 장편영화 ‘부당하므로 불이행’(가제)의 주요 배역에 배우 최덕문과 최영우를 캐스팅했다고 14일 밝혔다. 영화는 오는 10월 말 촬영에 들어가 한 달여간 제주에서 올로케이션으로 제작되며, 제주4·3 80주년인 2028년 개봉을 목표로 한다.
문 서장 역은 배우 최덕문이 맡는다. 최덕문은 영화 ‘암살’에서 독립운동가 황덕삼 역을 맡는 등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해 온 연기파 배우다. 최근에는 드라마 ‘참교육’, ‘유부녀 킬러’ 등에 출연했다.
최덕문은 “시나리오를 읽고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며 “책임감을 갖고 최선을 다해 연기하겠다”고 말했다.
문 서장과 대립하는 군부대 중대장 박진구 역에는 최영우가 캐스팅됐다. 연극과 뮤지컬 무대를 중심으로 연기력을 다져온 최영우는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연인’, 디즈니플러스 ‘탁류’ 등에 출연했다. ‘연인’에서는 용골대 역으로 MBC 연기대상 남우조연상을 받기도 했다.
최영우는 “시나리오를 받고 단숨에 읽었을 만큼 몰입감 있는 이야기였다”며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해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밝혔다.
영화의 중심인물인 문 서장은 제주4·3과 한국전쟁이라는 격변기 속에서 두 차례 주민 학살을 막아낸 인물로 평가받는다.
1948년 겨울 모슬포지서장으로 근무하던 문 서장은 군·경 토벌대가 확보한 좌익 관련자 100여명의 명단을 넘겨받았지만 주민들의 자수를 조건으로 이들을 풀어줬다.
1950년 한국전쟁 발발 직후에는 성산포경찰서장으로 근무하면서 예비검속자 처형을 지시하는 공문을 받았다. 그러나 문 서장은 공문에 ‘부당하므로 불이행’이라고 적어 돌려보냈다. 당시 성산포 지역에서는 예비검속으로 주민들이 희생됐지만, 문 서장의 지휘 아래 약 300명이 목숨을 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일화로 문 서장은 ‘한국의 쉰들러’로 불렸다. 2018년 경찰청이 선정한 ‘올해의 경찰영웅’에 이름을 올렸고, 2019년 아시아태평양 국제 비정부기구 평화상을 받았다. 2024년에는 6·25 참전유공자로 등록됐다.
영화는 문 서장을 영웅으로만 그리는 데 그치지 않고, 국가의 명령과 인간의 양심 사이에서 갈등했던 한 경찰관의 선택에 초점을 맞춘다.
기획·각본을 맡은 고훈 감독은 제주4·3 다큐멘터리 ‘그날의 딸들’을 제작하면서 문 서장의 삶을 처음 접했다. 이후 문 서장의 묘역과 관련 현장을 직접 찾아다니며 시나리오를 집필했다.
고 감독은 “이 영화는 한 경찰 개인을 영웅화하려는 것이 아니라 국가 폭력을 막아내려 했던 한 인간의 양심과 용기를 보여주려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이 작품은 2024년 제주콘텐츠진흥원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았으며, 올해 제주 다양성영화 제작지원작으로 선정됐다. 현재까지 확보된 제작비는 약 7700만원으로, 제작진은 총 2억~3억원 규모의 제작비를 마련하기 위해 크라우드펀딩과 후원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고혁진 에이치필름 대표는 “훌륭한 배우들이 참여하면서 영화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며 “예산 등 여건은 열악하지만 배우와 스태프들이 뜻을 모아 만드는 과정 자체가 의미 있다”고 말했다.
제주 강동삼 기자
세줄 요약
- 문형순 서장 실화 영화화 발표
- 최덕문·최영우 주요 배역 캐스팅
- 10월 제주 올로케이션 촬영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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