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인은 왜 정보가 많아질수록 힘들어할까 [달콤한 사이언스]

유용하 기자
수정 2026-09-14 17:30
입력 2026-09-14 17:30
온라인 비디오 게임으로 자폐인의 뇌 분석
중증 자폐인의 자폐 메커니즘까지 파악
지난주 중증 자폐스펙트럼장애(ASD) 아들을 향한 헌신적 사랑으로 많은 사람의 눈시울을 붉히게 만든 ‘피터팬 아빠’ 전경철 작가가 세상을 떠났다. 전 작가의 별세로 자폐스펙트럼장애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자폐스펙트럼장애를 가진 사람은 남들이 놓치는 세부적 사안에 집착한다든지 얼굴보다 특정 패턴에 집중하기도 하고 감각이 지나치게 예민하거나 무뎌지기도 한다. 그러나 그 이면의 메커니즘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복잡한 지시문을 듣고 따라야 하는 기존 실험으로는 말을 거의 하지 않거나 지적장애를 동반한 중증 자폐스펙트럼증후군을 가진 사람들이 연구에서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언스플래쉬 제공
미국 보스턴대 정신의학 및 뇌과학과, 대학원 신경과학과, 시스템 신경과학 연구센터 공동 연구팀은 생쥐 실험에서 쓰던 행동 과제를 온라인 비디오게임으로 바꿔 중증 자폐인까지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를 통해 자폐인들은 정보가 많아질수록 통합 잡음이라는 메커니즘 때문에 지각에 이상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연구 결과는 기초과학 및 공학 분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즈’ 9월 11일 자에 실렸다.
연구팀은 ‘지오드’라고 이름 붙인 보석 찾기 게임을 만들었다. 화면 가운데 아바타를 누르면 좌우 양쪽에서 보석 모양의 빛이 2.5~3초 동안 짧게 깜박인다. 더 많이 반짝인 쪽을 고르면 보석은 가방 속으로 들어가고 틀리면 보석이 바위 속으로 사라지도록 했다.
핵심은 이 규칙을 실험에 참가하는 자폐인들에게 알려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생쥐 실험에서처럼 참가자들은 성공과 실패라는 피드백을 통해 규칙을 스스로 알아내게 했다. 총 200회 시행 중 처음 10회는 좌우 차이가 10대 0 또는 9대 1로 뚜렷하게 나타났고 이후 190회에서는 평균 7대 3 비율로 난이도를 높였다. 컴퓨터 마우스 조작이 쉽지 않은 자폐인들을 위해 태블릿 터치스크린으로도 할 수 있게 했다.
연구팀은 11~17세 청소년 308명을 화상으로 연결해 각자의 집에서 게임을 하게 했다. 이 중 212명은 자폐 진단자, 96명은 자폐가 없는 그들의 형제자매였다. 보호자는 사회적반응척도(SRS-2), 바인랜드 적응행동척도(VABS-3) 등 4종 설문에 응답하도록 했다.
200회 실험을 모두 마치고 정확도 61.6% 이상을 달성하는 기준을 통과한 비율을 살펴봤다. 그 결과, 비자폐 형제자매 92.9%, 적응행동 점수가 높은 자폐 청소년 90.6%, 적응행동 점수가 낮은(VABS-3 75점 미만) 자폐 청소년도 75.8%였다. 여기에는 VABS-3 50점 미만인 ‘중증 자폐’ 범위에 드는 이들도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눈에 띄는 것은 쉬운 연습 구간에서는 일반인과 자폐인 사이에서 차이가 없었으나 본 자극으로 넘어가는 순간 정확도가 급락한 뒤 회복되는 과정에서 자폐 참가자는 회복이 느렸고 최고 정확도 도달 비율도 낮았다.
픽사베이 제공
연구팀은 이 같은 결과를 신호탐지이론에 기반한 계산 모델로 분석했다. 그 결과 ‘통합 잡음’ 값이 비자폐군 0.072, 고적응 자폐군 0.101, 저적응 자폐군 0.138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빛을 감지하는 능력 자체가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여러 신호를 보고 하나의 판단으로 묶는 단계에서 오차가 커진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섬광 수가 적을 때는 티가 나지 않다가 정보가 쏟아질수록 판단이 급격히 흐트러진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장단기기억 구조의 인공신경망에 같은 게임을 학습시키고 가우스 잡음을 주입하고 관찰했다. 인공신경망은 잡음이 없을 때는 11번째 시행에서 85.5% 정확도에 도달했지만 잡음을 키우자 학습 속도와 최종 성적이 함께 떨어지며 자폐 참가자의 학습 곡선과 똑같아졌다.
연구를 이끈 벤저민 스콧 보스턴대 교수는 “이번 연구는 말이 없거나 지적장애를 동반해 그동안 연구에서 배제됐던 자폐인까지 참여시켜 자폐 메커니즘을 탐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자폐의 지각 이상은 감각을 못 느껴서가 아니라 정보를 시간에 걸쳐 합산하는 단계의 잡음 때문이며 그 잡음은 적응기능 손상 정도를 잘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유용하 과학전문기자
세줄 요약
- 중증 자폐 청소년 포함한 온라인 게임 실험
- 정보 많아질수록 판단 흔들리는 통합 잡음 확인
- 감각 저하보다 신호 통합 단계 오류가 핵심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내안의 AI 본성 분석 :
UNMASK ]
기사 읽는 습관에 숨겨진 당신의 MBTI는?
Q.
기사를 다 읽으셨나요? AI 퀴즈로 핵심 점검!
연구팀이 밝혀낸 자폐인 지각 이상의 원인은?


![THE NEXT : AI 운명 알고리즘 지금, 당신의 운명을 확인하세요 [운세 확인하기]](https://imgmo.seoul.co.kr/img/n24/banner/ban_ai_fortune_v2.p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