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고생이 여교사 텀블러에 체액 넣었는데…성범죄 적용 안된 이유
윤예림 기자
수정 2026-09-14 08:35
입력 2026-09-14 08:35
강제추행죄 대신 재물손괴죄 적용
대법, 유사 사례에 “강제추행”…경찰 ‘고심’
지난 4월 제주 서귀포시 지역 초등학교 교실에 몰래 들어가 여교사가 사용하던 텀블러에 체액을 집어넣은 고등학생에 대해 경찰이 강제추행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 중이다.
14일 서귀포경찰서는 건조물 침입 및 재물 손괴 혐의 등으로 입건한 고등학생 A군에게 성범죄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법리 검토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A군은 4월 28일 서귀포 소재의 한 초등학교 교실에 무단 침입해 교사 B씨의 텀블러에 체액을 담고 달아난 혐의를 받는다. 이어 한달여가 지난 6월 5일 A군은 또다시 B씨의 담임 교실에 침입해 교사용 의자에 소변을 보고 도주했다.
A군은 경찰 조사에서 모든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화장실을 가려다가 저지르게 됐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둘은 모르는 사이로 전해졌다.
경찰은 A군에 대해 성범죄를 적용하지 않고 건조물 침입 및 재물손괴 혐의를 적용해 조사하고 있다. 그동안 이 같은 범행은 물건의 효용을 해쳤다는 판단에 따라 재물손괴 혐의로만 처벌받아 왔다. 현행법상 신체적 접촉이 없으면 성범죄로 처벌할 근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에 신체 접촉이 없더라도 가해자가 성적 혐오감을 일으키는 물건을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방식의 범죄도 성폭력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들이 많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이 신체 접촉 없이 체액을 섞은 커피를 마시게 한 행위도 강제추행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지난 7월 대법원은 타인의 커피에 몰래 정액을 넣어 마시게 한 사건에서 “피해자의 의사에 반한 유형력의 행사이자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추행에 해당한다”며 강제추행 혐의를 무죄로 선고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강제추행죄의 경우 상대방을 폭행 또는 협박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폭행행위 자체가 추행이 될 수 있다”며 “이때 폭행은 반드시 상대방의 의사를 억압할 정도가 아니어도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를 포함한다”고 판시했다.
경찰은 대법원 판례 등을 토대로 법리 검토를 마친 뒤 최종적으로 강제추행 혐의 여부를 결정해 사건을 검찰에 넘길 예정이다.
윤예림 기자
세줄 요약
- 초등학교 교실 무단침입과 텀블러 훼손 사건
- 여교사 텀블러에 체액, 의자에 소변 행위
- 경찰, 강제추행 등 성범죄 적용 여부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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