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출혈 직원에 “일할 사람 없으니 복직해” 결국 사망…법원 “업무상 재해”
윤예림 기자
수정 2026-09-13 17:23
입력 2026-09-13 16:45
세줄 요약
- 뇌출혈 후 회복 전 복직 요구, 사망
- 법원, 업무상 스트레스와 악화 인과 인정
- 근로복지공단 부지급 처분 취소 판결
뇌출혈 발병 후 충분히 회복하지 못하고 회사 요구로 복직했다가 숨진 근로자의 사망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부장 양순주)는 숨진 근로자 A씨의 아내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씨는 2021년 회사에서 총무팀 부장으로 근무하던 중 과로로 인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다 자택에서 뇌출혈이 발병해 입원했다.
퇴원 당시 A씨는 시신경 손상으로 왼쪽 눈의 시력이 약 50% 정도 회복되는 데 그쳤고, 근력도 충분히 회복되지 않아 혼자 걷지 못하는 상태였다.
A씨는 회사 측에 “건강 회복을 위해 최소 3개월이 더 필요하다”는 뜻을 밝혔으나, 회사는 결산 업무를 담당할 인력이 없다는 이유로 결산 업무만이라도 맡아달라고 요청했다.
결국 퇴원한 지 10주 만에 복직한 A씨는 실질적인 인력 충원이 이뤄지지 않아 결산뿐 아니라 총무팀 업무 전반을 수행했다. 이 과정에서 사장의 질책을 받는 등 상당한 업무상 스트레스도 받았다.
A씨는 복직 후 앓고 있던 궤양성 대장염이 나빠져 다시 입원 치료를 받아야 했고, 코로나19까지 확진됐다. 이후 발작과 혼수상태 등 증상으로 중환자실에서 치료받던 중 사망했다. 직접 사인은 자발생 뇌내출혈로 진단됐다.
유족은 A씨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청구했으나, 근로복지공단은 “업무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지급을 거부했다.
그러나 법원은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업무상 스트레스가 A씨의 뇌출혈을 악화해 사망에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재판부는 “과로로 인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던 중 뇌출혈이 발병했고, 후유증으로 12주간 경과 관찰이 필요한 상황에서 회사 요청에 따라 충분히 회복하지 못한 채 복직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복직 후에도 극심한 육체적·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이 같은 스트레스가 기존 뇌출혈을 자연적인 진행 속도 이상으로 악화시키는 데 기여했을 것으로 추단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법원 감정 결과에서도 A씨의 사망과 업무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는 소견이 나온 점 등을 근거로 공단의 처분이 위법하다며 취소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윤예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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