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도 행동하기 전에 생각을 한다 [사이언스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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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수정 2026-09-10 17:30
입력 2026-09-10 17:30
세줄 요약
  • 코끼리, 충동 억누르고 우회 경로 선택
  • 투명 상자 실험서 뒤쪽 구멍 활용 확인
  • 노령 개체일수록 행동 수정 속도 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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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가 잦은 사람, 행동이 앞서서 일을 망치는 사람들을 보면 “생각을 좀 해보라고”라며 불평 아닌 조언을 할 때가 있다. 행동하기 전에 생각을 하고 본능이나 충동을 참고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는 것은 인간만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미국 뉴욕시립대 심리학과, 세인트 자비어대 심리학과, 태국 골든 트라이앵글 아시아 코끼리 재단, 왈라일락대 수의과학대, 국립 코끼리 연구소 공동 연구팀은 아시아 코끼리들도 순간적인 충동을 억누르고 더 합리적인 행동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 공공과학도서관에서 발행하는 국제 학술지 ‘플로스 원’ 9월 10일 자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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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는 4세 어린이와 비슷한 수준의 IQ 90 정도의 높은 지능과 뛰어난 공감 능력을 가진 동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코끼리가 사람처럼 행동하기 전에 생각도 한다는 사실을 새로 알려져 눈길을 끈다.  위키피디아 제공
코끼리는 4세 어린이와 비슷한 수준의 IQ 90 정도의 높은 지능과 뛰어난 공감 능력을 가진 동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코끼리가 사람처럼 행동하기 전에 생각도 한다는 사실을 새로 알려져 눈길을 끈다.

위키피디아 제공


억제 조절이란 충동이나 눈앞의 이익을 참고 더 합리적인 행동을 골라 실행하는 능력이다. 과거에는 사람만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들어 조류나 인간 이외 포유류에게서도 의사결정과 인지적 유연성을 뒷받침하는 핵심 요소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동물들의 억제 조절 능력은 우회 과제라는 실험으로 확인한다. 먹이가 눈에 보이는 직선 경로를 막아 놓고 먹이를 얻기 위해서는 빙 둘러 가는 간접 경로를 택하는 상황을 만들어 어느 쪽을 선택하는지 보는 것이다.

연구팀은 태국 국립 코끼리 연구소에서 아시아 코끼리 암수 16마리를 대상으로 실험했다. 코끼리 앞에 가로, 세로, 높이 각각 40㎝의 불투명한 상자와 투명한 상자를 준비했다. 5개 면 각각에는 작은 구멍을 여러 개 뚫고 뒷면만 큰 구멍을 뚫어 코를 집어넣어 물건을 꺼낼 수 있도록 했다. 연구팀은 우선 불투명 상자를 이용해 뒷면에 들어가면 먹이를 꺼낼 수 있다는 사실을 학습시켰다. 그다음 투명 상자 안에 파인애플, 사과, 바나나를 넣어놓고 코끼리가 상자를 건드린 순간부터 코로 과일을 꺼낼 때까지 걸린 시간을 측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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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태국 연구진이 코끼리를 대상으로 억제 조절 능력 실험한 결과 순간적인 충동을 억누르고 더 합리적인 행동을 선택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플로스 원 제공
미국과 태국 연구진이 코끼리를 대상으로 억제 조절 능력 실험한 결과 순간적인 충동을 억누르고 더 합리적인 행동을 선택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플로스 원 제공


그 결과, 코끼리들은 곧장 먹이 쪽으로 코를 뻗어 과일을 꺼내고 싶은 유혹을 참고 크게 뚫려 있는 뒤쪽에서 과일을 꺼냈다. 연구팀은 상자를 회전시켜 크게 구멍이 뚫린 쪽의 위치를 바꿨다. 코끼리들은 처음에는 원래 구멍이 있던 뒤쪽으로 코를 뻗었지만 막혀 있음을 파악하고 곧바로 자기 행동을 수정했다. 재미있는 것은 이런 행동 수정 속도는 나이가 많은 코끼리일수록 느렸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노화로 인한 인지 기능 저하가 원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를 이끈 조슈아 플로트닉 미국 뉴욕시립대 교수는 “이번 연구는 코끼리들도 충동적이지만 소용없는 행동을 참고 효과적인 행동을 택할 수 있으며 심지어 이전까지 잘 통하던 방식을 바꿔야 하는 상황에서도 생각해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이런 억제 조절 및 사고 능력이 코끼리의 문제 해결 능력과 사회적 상호작용 능력을 떠받치는 핵심 요소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유용하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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