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줄어드는데 도시가 너무 넓다?…日도야마 ‘압축도시’ 20년 [와쿠와쿠도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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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명희진 기자
수정 2026-09-10 09:30
입력 2026-09-10 09:30
세줄 요약
  • 도야마, 20년 콤팩트시티 실험의 성과와 한계
  • 철도·노면전차 축으로 생활거점 집중과 이용 증가
  • 빈집·과소화 대응, 지역 색깔 살리는 새 과제
20년 맞은 日 콤팩트시티 실험
트램 따라 사람·도시 기능 모으고
빈집·전통문화는 지역 자산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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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야마 도심의 도야마시 유리미술관 앞을 노면전차가 지나가고 있다. 도야마시는 과거 제약산업에 쓰이던 약병 제조에서 발달한 유리산업을 현대 유리공예로 발전시켜 지역의 대표적인 문화자산으로 키웠다. 도야마 명희진 특파원
도야마 도심의 도야마시 유리미술관 앞을 노면전차가 지나가고 있다. 도야마시는 과거 제약산업에 쓰이던 약병 제조에서 발달한 유리산업을 현대 유리공예로 발전시켜 지역의 대표적인 문화자산으로 키웠다. 도야마 명희진 특파원


도쿄에서 북서쪽으로 약 250㎞ 떨어진 일본 혼슈 중부의 중핵도시 도야마. 도쿄에서 호쿠리쿠 신칸센으로 2시간여를 달려 도착한 도야마역을 나오자 작은 노면전차들이 몇 분 간격으로 역 앞을 가로질렀다. 승강장과 차량 바닥의 높이 차가 거의 없어 휠체어나 유모차도 쉽게 오르내릴 수 있게 설계된 점이 눈에 띄었다. 여러 갈래로 뻗은 선로는 도심 곳곳의 생활거점을 촘촘히 잇고 있었다.

“지금부터가 본격적인 ‘콤팩트시티’ 만들기의 시작입니다.”

지난달 26일 도야마시청에서 만난 후지이 히로히사 도야마시장은 20년간 이어온 도시 압축 정책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일본의 대표적인 콤팩트시티 모델로 꼽히는 도야마는 왜 20년이 지난 지금을 다시 ‘시작’이라고 말하는 걸까. 지난달 26~27일 일본 외무성 산하 포린프레스센터(FPC)가 마련한 외신 기자단 프레스투어에 참가해 도야마의 도시 재편 현장을 둘러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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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도야마시청에서 만난 후지이 히로히사 도야마시장이 콤팩트시티 정책을 설명하고 있다. 그는 “지금부터가 본격적인 콤팩트시티 만들기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도야마 명희진 특파원
26일 도야마시청에서 만난 후지이 히로히사 도야마시장이 콤팩트시티 정책을 설명하고 있다. 그는 “지금부터가 본격적인 콤팩트시티 만들기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도야마 명희진 특파원


도야마가 2000년대 중반 도시를 압축하기 시작한 배경에는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있었다. 사람이 줄어드는데 주민들이 넓게 흩어져 살면 도로·상하수도와 병원·학교·대중교통 등 생활서비스를 유지하는 비용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에 도야마는 지난 20년간 기존 철도와 노면전차를 도시 재편의 뼈대로 삼아 역과 정류장 주변으로 거주와 주거·상업·의료 기능을 유도했다. 성과는 숫자로 나타났다. 정책을 본격화한 2005년 전체 인구의 약 28%였던 도심과 주요 대중교통 연선 거주 비율은 최근 40% 수준으로 높아졌다. 대표적인 LRT 노선인 도야마항선 이용객도 전환 이전보다 평일 약 2배, 휴일 약 3배 수준으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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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야마역 앞 승강장에서 주민들이 노면전차를 기다리고 있다. 도야마 명희진 특파원
도야마역 앞 승강장에서 주민들이 노면전차를 기다리고 있다. 도야마 명희진 특파원


그러나 당초 예상했던 인구 감소가 본격화하면서 정책 초기에는 충분히 예상하지 못했던 부작용이 나타났다. 후지이 시장은 지난 20년간 지역별 ‘농담’(濃淡)이 생겼다고 언급했다. 대중교통 개선으로 이동이 편리해진 곳이 있는 반면 과소화가 진행되면서 오히려 생활이 불편해진 지역이 늘었다. 빈집과 빈 땅이 늘면서 건물이 듬성듬성 남는 ‘성긴 시가지’ 현상도 나타났다.

후지이 시장은 “본격적인 인구 감소와 저출생·초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도시를 둘러싼 사회환경도 크게 변하고 있다”며 인구 감소가 완만했던 지난 20년보다 사람이 본격적으로 줄어드는 앞으로가 콤팩트시티의 진짜 시험대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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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야마시의 콤팩트시티 전략을 설명한 자료. 대중교통을 ‘꼬치(串)’, 역과 정류장 주변의 생활거점을 ‘당고(団子)’에 빗대 도시 구조를 설명하고 있다. 도야마 명희진 특파원
도야마시의 콤팩트시티 전략을 설명한 자료. 대중교통을 ‘꼬치(串)’, 역과 정류장 주변의 생활거점을 ‘당고(団子)’에 빗대 도시 구조를 설명하고 있다. 도야마 명희진 특파원


이에 도야마시는 올해부터 2045년까지를 내다본 새 도시 마스터플랜을 마련했다. 빈집·빈 땅 증가와 사회 인프라 노후화 등에 대응하면서 기존 도시를 다시 짜는 게 핵심이다. 여기에 데이터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시민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연결하는 ‘도야마시판 스마트시티’도 기존 콤팩트시티와 연계해 추진한다.

철도와 노면전차 등 대중교통을 ‘꼬치(串)’, 역과 정류장 주변의 생활거점을 동그란 떡 모양의 ‘당고(団子)’에 빗댄 기존 전략도 한 단계 진화시켰다. 이용하기 편리한 ‘꼬치’를 만들고 각각의 ‘당고’에는 지역만의 ‘색깔’을 입히겠다는 것이다. 후지이 시장은 “지역 고유의 ‘색깔’을 잃지 않는 것이 도시의 지속가능성과 연결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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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야마시 야쓰오 지역의 한 주민센터에서 아이들이 전통축제 ‘오와라 가제노본’을 앞두고 춤을 연습하고 있다. 오와라 가제노본은 매년 9월 야쓰오에서 열리는 도야마의 대표적인 전통축제다. 도야마 명희진 특파원
도야마시 야쓰오 지역의 한 주민센터에서 아이들이 전통축제 ‘오와라 가제노본’을 앞두고 춤을 연습하고 있다. 오와라 가제노본은 매년 9월 야쓰오에서 열리는 도야마의 대표적인 전통축제다. 도야마 명희진 특파원


실제 300년 넘게 이어진 ‘약의 도시’의 역사는 약병에서 출발한 유리공예로, 약을 싸던 종이는 전통 와시(和紙)로 이어졌다. 도심 밖 생활거점에서도 오래된 지역의 색깔은 이어지고 있었다. 이날 도야마 도심에서 버스로 30분가량 달려 도착한 야쓰오에서는 전통축제 ‘오와라 가제노본’을 앞두고 주민들의 연습이 한창이었다.

샤미센과 고큐의 가느다란 선율이 흐르는 가운데 어린아이부터 26세 미혼 남녀 주민들이 천천히 춤사위를 맞췄다. 축제준비 관계자는 “결혼이나 취업으로 야쓰오를 떠난 주민들도 축제 때면 돌아와 춤과 연주에 참여하며 전통을 이어간다”고 귀띔했다.

오래된 전통가옥을 고쳐 만든 숙소도 눈에 띄었다. 이곳에서 빈집을 숙박시설로 재생해 운영하는 하라이 사유리 오즈링크 대표는 “도야마의 당고를 크게 만들지 못하면 꼬치도 제대로 돌아갈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대중교통이라는 ‘꼬치’를 유지하려면 야쓰오 같은 각각의 ‘당고’부터 사람이 머물고 찾아오는 생활거점이 돼야 한다는 얘기다. 시도 빈집 재생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하라이 대표가 운영하는 숙박시설 가운데 한 채는 시 소유 건물을 민간이 운영하는 형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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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라이 사유리 오즈링크 대표가 도야마시 야쓰오 지역의 전통가옥을 개조한 숙박시설 앞에서 빈집 재생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도야마시는 지역의 빈집을 숙박시설 등으로 활용하는 재생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도야마 명희진 특파원
하라이 사유리 오즈링크 대표가 도야마시 야쓰오 지역의 전통가옥을 개조한 숙박시설 앞에서 빈집 재생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도야마시는 지역의 빈집을 숙박시설 등으로 활용하는 재생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도야마 명희진 특파원


지난 20년간 도야마의 콤팩트시티 정책은 도시 기능을 중심부와 대중교통 축으로 모으는 데 일정한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인구 감소가 더욱 가팔라지는 만큼 앞으로는 단순한 압축을 넘어, 각 지역의 생활 기반과 고유한 색깔을 살리면서 도시를 어떻게 다시 짤지가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도야마시 관계자는 “시가 추구하는 콤팩트시티는 모든 기능을 한곳에 모으는 ‘1극 집중’을 뜻하지 않는다”면서 “각 지역이 가진 생활 기반과 자산, 고유한 색깔을 살리면서 서로 연결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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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쿠와쿠’(わくわく)는 일본어 의성어로, 무언가 즐거운 일이 생길 것 같아 들뜨고 기대되는 느낌을 표현할 때 쓰입니다. 도쿄에서 보고, 듣고, 느낀 일본의 아기자기하면서도 역동적인 현장을 연재합니다. 화려한 뉴스의 이면, 숫자로는 보이지 않는 흐름 속에서 일본의 또 다른 표정을 전합니다.

도야마 명희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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