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분권 역주행…‘꼬리표 붙은 돈’에 밀린 지방교부세 30.5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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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리 기자
강주리 기자
수정 2026-09-08 01:54
입력 2026-09-08 01:54

미래대응기금의 역설… 재정 열악한 비수도권 충격 클 듯

미래대응기금 신설로 산식 변경
경북 4.7조·전남 3.8조 감소 전망
지자체 82%가 자립도 30% 미만
자율성 약화로 지방분권 역행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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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예산안 브리핑하는 박홍근 기획처 장관
내년 예산안 브리핑하는 박홍근 기획처 장관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2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7년도 예산안과 2026~2030년 국가재정운용 계획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왼쪽은 조용범 차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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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질의에 답하는 윤호중 장관
이 대통령 질의에 답하는 윤호중 장관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정부가 지방자치단체의 자율 재원인 지방교부세로 배분하던 돈의 상당 부분을 용처가 정해진 ‘미래대응기금’으로 돌리면서 재정이 열악한 지역일수록 타격이 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내국세의 지방교부세 배분 비율을 단계적으로 높이겠다던 이재명 대통령의 재정분권 공약에도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7일 행정안전부·기획예산처 등에 따르면 내년도 지방교부세는 77조 1899억원으로 편성됐다. 산정 기준이 ‘내국세의 19.24%’에서 ‘미래대응기금 적립액을 뺀 내국세의 19.24%’로 바뀌면서 기존 방식보다 30조 5000억원 줄었다. 내년에 걷힐 내국세가 529조원으로 추정되는 만큼 기존 방식대로라면 보통·특별교부세 등 정률분은 100조원 안팎이지만 실제 편성액은 69조 7000억원에 그쳤다. 정률분의 97%가 보통교부세로 배분되는 점을 감안하면 보통교부세 감소 규모는 29조 6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지방교부세는 법적으로 지자체가 부족한 재원을 보장하고 재정 불균형을 잡고자 자율적으로 쓸 수 있는 일반 재원이다. 정부는 줄어든 교부세를 미래대응기금의 지방계정을 통해 다시 지방에 지원하므로 전년 대비 실제 교부액은 늘어난다는 입장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내년도 보통교부세가 올해보다 6조 1000억원(9.6%) 늘고, 기금 내 용처를 달지 않고 지방재정으로 쓸 수 있는 지방미래성장지원금 3조 5000억원까지 합치면 지자체의 자율 재원은 총 15%가량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기대했던 것보다 교부세 규모가 작다는 것이지 교부세 전체 규모가 줄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2028년에는 세수가 좋은 올해 재정을 기반으로 90조원 이상 교부세가 내려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꼬리표 붙은 돈’인 기금은 지역 성장거점 조성과 정주여건 개선 등 정해진 목적에 맞춰 사업 단위로 지원돼 지자체의 재량이 줄어든다. 국가 전략사업에 밀려 지역 현안이 배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손희준 청주대 행정학과 명예교수는 “기금은 목적에 맞게 써야 하고 지자체가 요청하더라도 바로 쓸 수 없으며 재정당국에서 국가 사업이 전략적으로 더 중요하다고 판단해 거절하면 어쩔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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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7년 예산 미래대응기금 주요 내용
2027년 예산 미래대응기금 주요 내용 정부가 반도체 호황에 따른 추가 세수 등을 재원으로 내년 162조 3000억 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을 신설한다. 호황기에 늘어난 세수를 청년·인공지능(AI) 등 미래 성장 분야에 투자하는 동시에 상당 부분을 비축해 세수 결손이나 돌발적인 재정 수요에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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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반도체 호황에 따른 세수 초과분과 기존 교육교부금 등을 적립해 100조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을 조성하고 교육교부금의 내국세 연동을 55년 만에 폐지하기로 했다. 박홍근(오른쪽) 기획예산처 장관이 지난달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재정경제기획위원회·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정부가 ‘미래대응기금’ 논의를 위해 개최한 당정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반도체 호황에 따른 세수 초과분과 기존 교육교부금 등을 적립해 100조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을 조성하고 교육교부금의 내국세 연동을 55년 만에 폐지하기로 했다. 박홍근(오른쪽) 기획예산처 장관이 지난달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재정경제기획위원회·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정부가 ‘미래대응기금’ 논의를 위해 개최한 당정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재정자립도가 낮아 지방교부세 의존도가 높은 비수도권 지자체의 충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지방교부세에서 30조 5000억원을 미래대응기금으로 전환하는 반면, 기금의 지방계정 지출은 15조 3000억원에 그쳐 지방에 돌아가는 재원이 오히려 줄어들 수 있어서다.

나라살림연구소는 미래대응기금 도입으로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쓸 수 있는 재원이 최소 10조원 이상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다. 보통교부세가 31조 9000억원에서 2조 3000억원으로 29조 6000억원 급감하지만 미래대응기금의 지방계정 지출은 15조 3000억원에 그치기 때문이다. 지역별 보통교부세 감소액은 경북이 4조 7000억원으로 가장 크고 전남 3조 8000억원, 경남 3조 4000억원, 강원 3조 1000억원, 전북 2조 7000억원, 충남 2조 6000억원, 경기 2조 1000억원, 충북 1조 9000억원 순으로 추산됐다.

지방재정365에 따르면 올해 기준 전국 243개 지자체 가운데 재정자립도가 30% 미만인 곳은 200곳(82.3%)에 달한다. 광역자치단체지만 경북·전북·강원은 재정자립도가 25%에도 미치지 못했다. 경북 양양(6.3%), 전남 완도군·경남 산청군(이상 6.4%) 등 재정자립도가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곳도 48곳으로 5곳 중 1곳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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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광역시도 재정자립도…전북 23.3% 최하위
올해 광역시도 재정자립도…전북 23.3% 최하위 7일 지방재정통합공개시스템 ‘지방재정365’ 에 따르면 올해 17개 시도 광역지방자치단체 가운데 59%에 달하는 10개 지자체가 재정자립도 30%대를 넘기지 못했다. 전북은 23.3%로 재정자립도가 가장 낮았으며 경북(23.5%)·강원(24.9%)·전남(27.8%) 역시 20%대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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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호중 장관, 제2회 지방세발전위원회 회의 주재
윤호중 장관, 제2회 지방세발전위원회 회의 주재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6년 제2회 지방세발전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반면 서울·경기와 성남·화성 등 보통교부세를 받지 않는 불교부단체는 직접적인 재원 감소 영향을 받지 않는다. 지역균형발전을 내건 미래대응기금이 오히려 재정 여건이 취약한 비수도권의 가용 재원을 줄이는 역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추경호 대구시장, 이철우 경북지사 등 야권 출신 지자체장이 이끄는 지역에서는 교부세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기금 확보를 위해 공모 경쟁까지 벌여야 하는 데다, 선정 과정에서 정치적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하혜수 경북대 행정학과 교수는 “늘어난 내국세에 맞춰 내년 지출을 준비한 지자체로서는 사업 공모를 해야 돈을 받을 수 있어 답답할 것”이라며 “재정자립도가 열악한 지자체일수록 교부세 의존도가 높은데 법정률은 그대로 두고 교부세를 떼어내 자율성을 줄이는 것은 지방분권·재정분권 공약에도 역행한다”고 지적했다.

손 명예교수는 “공공기관 이전 문제가 맞물려 있어 본사를 유치해야 하는 지자체가 중앙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말을 못 하는 상황”이라며 “기금 설치로 인한 지방교부세 축소 효과는 예상된 일인 만큼 지자체와 충분히 소통하고 협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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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안 당정협의
예산안 당정협의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지난달 2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7년 예산안 당정 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광재 국회 예결위원장, 박 장관,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 권칠승 정책위의장. 연합뉴스


세종 강주리 기자
세줄 요약
  • 지방교부세 30조5000억원 기금 전환 논란
  • 경북·전남 등 비수도권 재원 감소 우려
  • 재정자립도 낮은 지자체 자율성 약화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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