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분권 역주행… ‘꼬리표 예산’에 밀린 지방교부세 30.5조

강주리 기자
수정 2026-09-08 00:12
입력 2026-09-08 00:12
재정 열악한 비수도권 충격 클 듯
경북 4.7조·전남 3.8조 감소 전망
지자체 82%가 자립도 30% 미만정부가 지방자치단체의 자율 재원인 지방교부세로 배분하던 돈의 상당 부분을 용처가 정해진 ‘미래대응기금’으로 돌리면서 재정이 열악한 지역일수록 타격이 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내국세의 지방교부세 배분 비율을 단계적으로 높이겠다던 이재명 대통령의 재정분권 공약에도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7일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내년도 지방교부세는 77조 1899억원으로 편성됐다. 산정 기준이 ‘내국세의 19.24%’에서 ‘미래대응기금 적립액을 뺀 내국세의 19.24%’로 바뀌면서 기존 방식보다 30조 5000억원 줄었다. 내년에 걷힐 내국세가 529조원으로 추정되는 만큼 기존 방식대로라면 보통·특별교부세 등 정률분은 100조원 안팎이지만 실제 편성액은 69조 7000억원에 그쳤다.
정부는 줄어든 교부세를 미래대응기금의 지방계정을 통해 다시 지방에 지원하므로 전년 대비 실제 교부액은 늘어난다는 입장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내년도 보통교부세가 올해보다 6조 1000억원(9.6%) 늘고, 기금 내 용처를 달지 않고 지방재정으로 쓸 수 있는 3조 5000억원까지 합치면 지자체의 자율 재원은 총 15%가량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금은 지역 성장거점 조성과 정주여건 개선 등 정해진 목적에 맞춰 사업 단위로 지원돼 지자체의 재량이 줄어든다. 국가 전략사업에 밀려 지역 현안이 배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교부세 의존도가 높은 비수도권 지자체의 충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나라살림연구소는 미래대응기금 도입으로 보통교부세가 31조 9000억원 줄지만 지방계정 지출은 15조 3000억원에 그쳐 지자체의 자율 재원이 최소 10조원 이상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보통교부세 감소액은 경북 4조 7000억원, 전남 3조 8000억원 순으로 추산됐다.
지방재정365에 따르면 올해 기준 전국 243개 지자체 가운데 재정자립도가 30% 미만인 곳은 200곳(82.3%)에 달한다.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곳도 48곳으로 5곳 중 1곳 꼴이다.
반면 서울·경기와 성남·화성 등 보통교부세를 받지 않는 불교부단체는 직접적인 감소 영향을 받지 않는다. 지역균형발전을 내건 기금이 오히려 재정이 취약한 비수도권의 가용 재원을 더 줄이는 역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하혜수 경북대 행정학과 교수는 “늘어난 내국세에 맞춰 내년 지출을 준비한 지자체로서는 사업 공모를 해야 돈을 받을 수 있어 답답할 것”이라며 “법정률은 그대로 두고 교부세를 떼어내 자율성을 줄이는 것은 지방분권·재정분권 공약에도 역행한다”고 지적했다.
세종 강주리 기자
세줄 요약
- 지방교부세 산식 변경, 30조5000억원 감소
- 미래대응기금 전환, 지자체 자율재원 축소
- 비수도권 재정취약 지역 타격 우려
2026-09-08 B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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