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살 사람 없는데 25% 강제금, 농민 울리는 농지법
수정 2026-09-08 01:02
입력 2026-09-08 00:09
연합뉴스
지난 5월 국회를 통과해 지난달 말 시행에 들어간 개정 농지법을 두고 농촌 민심이 심상치 않다. 정부는 사상 첫 농지 전수조사로 이용 실태를 파악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농사를 짓지 않는 등 처분 대상 농지는 강제로 팔도록 했다. 농지 투기와 불법 이용을 막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농촌에서는 “팔고 싶어도 살 사람이 없는데 어쩌라는 것이냐”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지난 7월 말 기본조사에서는 조사 대상의 27%가 불법 임대차나 무단 휴경 등 위반 의심 농지로 분류됐다. 아직 위반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심층조사 결과 실제 처분 대상이 상당수 나올 가능성도 있다. 이번 개정으로 지자체가 재량으로 판단하던 처분명령은 의무가 됐다. 명령을 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농지를 처분하지 못하면 감정가나 공시지가 중 높은 금액의 25%를 이행강제금으로 내야 한다. 1억원짜리 농지라면 한 해 2500만원이고 매년 부과될 수 있다.
농촌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농업 인구가 줄고 고령화가 깊어지면서 농사를 짓기 어려운 농민도 늘고 있다. 농사 외에는 활용하기 힘든 땅은 값을 낮춰도 사겠다는 사람이 드물다. 일부 지역에서는 거래가 급감하고 농지가격도 크게 떨어졌다. 전수조사를 의식해 지주가 임대차를 끊으면 임차농까지 경작지를 잃을 수 있다. 법으로 매각을 강제한다고 없던 수요가 생길 리 없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어제 “경자유전이 아니라 경자유죄가 됐다”고 비판했다. 정치적 수사를 걷어내더라도 현장의 반발까지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정부도 몸이 불편한 고령농의 휴경 등은 현장 사정을 감안해 계도하겠다고 밝혔다.
팔 수도 없는 농지에 땅값의 4분의1을 물리는 것은 지나치다. 투기성 보유와 농촌의 불가피한 사정을 가려내고 농지은행의 매입·임대 기능도 넓혀야 한다. 농지를 지키는 법이 농민부터 궁지로 몰아넣는다면 손보는 게 순서다.
2026-09-08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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