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서 못 하는 것, 무대서 마음껏”… 소리꾼의 세 번째 ‘살로메’

  • 기사 소리로 듣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공유하기
  • 댓글
    0
최여경 기자
최여경 기자
수정 2026-08-17 23:48
입력 2026-08-17 23:48

창극 ‘살로메’ 3년 차 맞은 김준수

여성 역할 경계 허물고 작품 재해석
세트 최소화 연기·노래로 무대 채워
“살로메, 외로움 큰 사람” 내면 집중
21일 서울부터 전국 7개 도시 공연
이미지 확대
지난 1월 국립창극단을 떠난 소리꾼 김준수는 계획도 감당도 온전히 자신의 몫이 된 현재를 돌아보며 “이 일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느꼈다”며 뜻밖의 발견을 한 듯 말했다.  김준수 제공
지난 1월 국립창극단을 떠난 소리꾼 김준수는 계획도 감당도 온전히 자신의 몫이 된 현재를 돌아보며 “이 일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느꼈다”며 뜻밖의 발견을 한 듯 말했다.
김준수 제공


무대 한쪽에 검은 우물이 있고 그 위로 붉은 달이 떠 있다. 우물은 세례자 요한이 갇힌 곳이자 살로메가 그 목소리에 홀려 들여다보는 곳이며, 끝내 여섯 사람을 삼키는 곳이다. 3년째 그 앞에 선 소리꾼 김준수(35)에게 우물의 의미를 묻자 ‘불안’, ‘공포’라는 말끝에 ‘용기’를 꺼냈다. “깜깜하고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괴로움이 있지만 살로메는 호기심을 갖고 용기 있게 무엇인가를 꺼내는 솔직한 사람”이라고 다른 평가를 내놨다. 지난 1월, 13년을 서 있던 자리에서 발을 뗀 그와 겹쳐 읽힌다.

16일 서울 인사동에서 만난 그는 여덟 달을 두고 “국립창극단에서 1년에 하던 작품 수를 다 채운 것 같다”며 스스로도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올 초 퇴단 뒤 ‘칼로막베스’로 처음 연극 무대에 올랐고 창극 ‘보허자’와 뮤지컬 ‘서편제’를 거쳐, 지금은 ‘살로메’와 뮤지컬 ‘곤 투모로우’, 국립극장 세계음악극축제 등 세 편을 연달아 준비한다. “몸이 정말 힘들고 버거운데, 연습실 가서 열 내면서 부대끼다 보면 내가 이 일을 엄청 사랑한다는 걸 많이 느낀다”고 했다.

이미지 확대
초연 후 3년간 지켜온 민간단체의 창극 ‘살로메’ 무대를 앞두고 그는 관객들에게 이 작품이 “창극의 매력을 깊게 아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고 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초연 후 3년간 지켜온 민간단체의 창극 ‘살로메’ 무대를 앞두고 그는 관객들에게 이 작품이 “창극의 매력을 깊게 아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고 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오는 21~23일 서울 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에서 열리는 ‘살로메’는 오스카 와일드(1854~1900)의 희곡을 창극으로 옮긴 작품이다. 성경 속 이야기를 바탕으로 세례자 요한을 향한 헤로디아의 원한과 딸 살로메의 욕망, 헤로데 왕의 뒤틀린 관계를 우리 소리로 재해석했다. 2024년 초연 당시 전 배역을 남성 소리꾼이 맡는 ‘남성창극’을 표방해 이목을 모았다. 국공립이 주도해온 창극판에서 드문 민간 제작 사례이기도 하다. “세트가 거의 없이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로 다 채우는 작품”은 3년이 지나 소리와 호흡이 한층 촘촘해졌다.

살로메를 보는 눈도 달라졌다. “초연 때는 하나의 감정선만 생각해 광기에 많이 집착했다”는 그는 이제 내면을 본다. “호기심이 많지만 결핍이 크고, 그 결핍에서 오는 외로움도 큰 사람”이라며 “집요함의 끝판왕”이자 응징의 대상으로 시작한 인물에 연민의 감정도 끄집어냈다.

그는 국립창극단 ‘트로이의 여인들’과 ‘패왕별희’에서 여성 역할을 했다. ‘살로메’에 이어 ‘칼로막베스’ 막베스 처까지 제안받았을 때는 고사했다. “이미 다 보여주었다”는 생각을 돌려세운 건 각색·연출을 맡은 고선웅의 한마디였다. “여성을 연기한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남성, 여성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저 한 인간이다.” 용기를 내게 하려는 말인 줄 알았는데 곱씹다 보니 어느 순간 연기가 편해졌다. 표현의 폭이 넓어지는 걸 느끼면서 “가장 강력한 스펙트럼”으로 셈하게 됐다. 소리꾼이 노래 없이 3분 남짓 ‘일곱 베일의 춤’을 추는 순간에 대해서도 “현실에서 할 수 없는 걸 무대에서 마음껏 꺼내 본다”며 웃었다.

이미지 확대
초연 후 3년간 지켜온 민간단체의 창극 ‘살로메’ 무대를 앞두고 그는 관객들에게 이 작품이 “창극의 매력을 깊게 아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고 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초연 후 3년간 지켜온 민간단체의 창극 ‘살로메’ 무대를 앞두고 그는 관객들에게 이 작품이 “창극의 매력을 깊게 아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고 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창극단을 나왔어도 그는 여전히 자신을 소리꾼이라 소개한다. “소리꾼 안에 모든 게 담겨 있다. 결국엔 이야기꾼”이라는 것이다. 쉼 없이 달려온 이유도 한곳으로 모인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가교가 되고 싶다고 어릴 때부터 생각했다”는 그는 창극과 관객을 잇는 ‘연결고리’를 자임한다. “국립단체가 아니고서야 창극을 올리긴 쉽지 않으니 ‘살로메’ 같은 시도가 의미 있다”면서 “이 공연으로 창극이 궁금해지고, 그 관심이 우리 소리의 진짜 매력이 담긴 판소리 완창까지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9월 생일에 맞춰 내는 미니 앨범도 그 연장선이다. 크로스오버를 표방하되 “국악에 다가서는 일이 더 쉬웠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전통 소리도 한 곡 넣는다. 연말 ‘수궁가’ 완창과 내년 국립극장 완창판소리로 소리꾼의 정체성을 잇는다.

3년 차 창극 ‘살로메’는 김시화 연출, 정은혜 작창, 김현섭 작곡에 유태평양·최예림·서의철·정윤형 등이 함께한다. 이상봉 디자이너가 의상에도 변화를 줬다. 서울 공연 뒤 고양, 창원 등 일곱 개 도시를 돈다.

최여경 선임기자
세줄 요약
  • 김준수, 창극 ‘살로메’ 세 번째 무대 도전
  • 여성 역할 경계 허물고 인물 내면 재해석
  • 서울 공연 뒤 전국 7개 도시 순회 예정
2026-08-18 14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내안의 AI 본성 분석 :
UNMASK ]
기사 읽는 습관에 숨겨진 당신의 MBTI는?
기사 반응 MBTI 확인
Q.
기사를 다 읽으셨나요? AI 퀴즈로 핵심 점검!
김준수가 ‘살로메’에서 맡은 역할은?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