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채금리 25년 만 최고… 국내 증시 자금 빠지고 금리 오를까

이승연 기자
수정 2026-08-17 00:47
입력 2026-08-17 00:47
1.8조弗 美재정 적자·물가 불안 영향
한국 채권·주식 투자 매력 떨어뜨려
외국인 자금 이탈·환율 상승 가능성
물가에도 부담… 금리 인상 요인으로
안전자산인 미국 장기 국채의 금리가 치솟으면서 한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의 채권과 주식에서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내 시장금리와 원달러 환율까지 끌어올려 가계와 기업의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3일(현지시간) 미 재무부가 실시한 250억달러 규모의 30년물 국채 입찰에서 낙찰금리는 연 5.22%를 기록했다. 2001년 8월 이후 약 2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10년물도 지난 12일 입찰에서 낙찰금리가 4.68%까지 올라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월가에서는 30년물 5%, 10년물 4.5% 안팎을 심리적 저항선으로 보는데, 두 금리 모두 이를 넘어선 것이다.
눈에 띄는 것은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더 올릴 것이란 우려는 오히려 줄었는데 장기금리는 반대로 뛰고 있다는 점이다. 기준금리는 당장의 통화정책에 좌우되지만 장기금리는 앞으로 10년, 30년 동안의 물가와 재정 상황까지 반영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미 정부의 재정 악화와 물가 불안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장기간 돈을 빌려주는 대가로 예전보다 더 높은 이자를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가장 큰 불안 요인은 미 정부의 불어난 빚이다. 미 정부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7월까지 기록한 재정적자는 1조 8000억달러에 육박한다. 아직 회계연도가 두 달이나 남았지만 지난해 연간 적자 규모인 1조 7750억달러를 이미 넘어섰다. 적자를 메우려면 미 정부는 국채를 더 발행해야 한다. 시장에 국채가 많이 풀리면 국채 가격은 떨어지고 금리는 올라간다. 투자자들도 미 정부에 장기간 돈을 빌려주는 대가로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게 된다.
물가 불안도 장기금리를 밀어올리는 요인이다.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가 급증하면서 전력과 설비 수요가 늘고 있고,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갈등에 따른 유가 불안도 이어지고 있다. 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 국채에서 받는 이자의 실질 가치가 떨어진다. 특히 30년물처럼 만기가 긴 국채일수록 이런 위험이 큰 만큼 투자자들은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한다.
문제는 미 국채금리 상승의 충격이 미 금융시장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꼽히는 미 국채가 5% 안팎의 수익률을 제공하면 국내 채권과 주식의 투자 매력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외국인 자금이 미국으로 이동하면 국내 채권금리가 올라 기업과 가계의 자금조달 부담이 커지고, 증시에서는 주가를 끌어내리는 요인이 된다. 자금 이탈로 원달러 환율까지 오르면 수입물가 상승을 통해 국내 물가를 다시 자극할 수 있다.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에도 부담이다. 시장금리는 오르는데 물가 부담까지 커지면 한은이 기준금리를 낮추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경기 상황만 놓고 금리를 결정하기 어려워지는 셈이다. 미 장기금리 상승이 국내 금융시장을 넘어 한은의 금리 결정까지 제약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승연 기자
세줄 요약
- 미 장기 국채금리 25년 만 최고치 기록
- 재정적자·물가 불안이 금리 상승 배경
- 국내 자금 이탈·환율 상승 우려 확산
2026-08-17 B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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