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집회장 된 ‘올공’… 주민들, 여가공간 빼앗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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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혁 기자
유승혁 기자
수정 2026-08-17 01:24
입력 2026-08-17 01:24

올림픽공원 73일째 시위

공원 곳곳 고성·구호로 가득 차
산책하러 왔다가 발걸음 옮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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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인 15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투표 용지 부족 사태 관련 참정권 수호 집회에 참석한 참가자들이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2026.8.15. 뉴스1
광복절인 15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투표 용지 부족 사태 관련 참정권 수호 집회에 참석한 참가자들이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2026.8.15.
뉴스1


“올림픽공원에 산책하러 왔다가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인파에 놀라 그냥 돌아갔어요.”

광복절인 지난 15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가족과 함께 공원을 찾은 강모(32)씨는 입구부터 가득 찬 인파에 발걸음을 멈췄다. 공원 곳곳에는 배낭에 성조기 등을 꽂고 손팻말을 든 어르신들이 모여 있었고, 확성기에서는 “부정선거”라는 구호가 쉴 새 없이 울려 퍼졌다. 이들 사이에 고성까지 오가자 강씨는 가족들과 서둘러 공원을 빠져나왔다.

6·3 지방선거 당시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계기로 시작된 올림픽공원 집회가 16일로 73일째를 맞았다. 시민들이 산책과 여가를 즐기던 올림픽공원이 사실상 ‘정치 집회장’으로 변한 상태다. 주민들은 계속되는 소음에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광복절에도 보수 성향 단체들은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항의하는 집회를 잇따라 열었다. 자유대한호국단은 강남역에서 올림픽공원까지 행진한 뒤 집회를 열었다. 이날 경찰에 신고된 집회 인원은 1500명. 하지만 자발적으로 모인 이들까지 합류하면서 서울시 실시간 도시데이터에 따르면 늦은 오후 올림픽공원 일대에 2만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다.

집회가 장기화하면서 주말 나들이객과 인근 주민들의 불편도 커지고 있다. 개표소가 설치됐던 핸드볼경기장 주변은 물론 인근 체조경기장 일대까지 집회 참가자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장기 집회를 이어가려는 듯 10여개의 크고 작은 텐트가 설치됐고, 그 주변엔 밥솥과 아이스박스, 소화기 등 각종 생활용품들도 널려 있었다. 송파구민 김모(63)씨는 “평소 올림픽공원을 걷는 게 일상이었지만 최근에는 무슨 일이 생길까 두려워 돌아가게 된다”고 토로했다. 주민들도 소음 등으로 고통받고 있다. 공원 인근 아파트에 거주하는 박모(55)씨는 “거실에서 창을 닫고 있어도 매일 확성기 너머로 괴성과 군가, 찬송가 등이 30분 넘게 들려올 정도”라면서 “거주지 주변에서 왜 저러는 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핸드볼경기장에 사무실을 둔 대한체육회 산하 단체들도 업무에 차질을 빚고 있다. 체육회 관계자는 “경찰이 적극적으로 길을 열어주면 언제든 들어갈 수 있는데 소극적으로만 대처해 답답하다”고 말했다.

유승혁 기자
세줄 요약
  • 올림픽공원, 장기 집회로 정치 공간화
  • 산책객·주민, 소음과 혼잡에 불편 호소
  • 텐트·확성기·구호로 일상 이용 차질
2026-08-17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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