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용산어린이정원

김미경 기자
수정 2026-08-11 01:40
입력 2026-08-11 00:30
서울 용산구 용산동5가 2-1. 지난 2023년 5월 국민에게 개방된 용산어린이정원의 주소다. 용산 미군 기지의 평택 이전 결정에 따라 2003년 기지 반환이 합의된 후 19년 만인 2022년 반환받은 부지는 전체 약 74만평 중 18만평. 이 가운데 9만평쯤이 용산어린이정원으로 조성돼 먼저 국민의 품으로 돌아왔다.
일제강점기를 거쳐 해방 후 미군 주둔 등 120년 동안 일반인 접근이 불가능했던 ‘금단의 땅’. 반환받은 미군 기지가 용산공원으로 변모하기 전에 일부가 어린이정원으로 먼저 개방되자 설왕설래가 많았다. 용산공원이 완전히 조성되지 않았는데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대통령실을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옮긴 뒤 이에 맞춰 ‘정치적 이벤트’로 일부를 졸속 개방했다는 지적이었다. 일각에서는 기지의 토양·지하수 오염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어린이들이 이용하는 공간인 만큼 철저한 정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3년이 지난 지금. 용산어린이정원 입구에서 지난 8일부터 때아닌 근조화환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정부가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용산어린이정원 부지 활용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자 주변 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선 것. 이들은 주거 환경 악화와 인근 주택의 자산 가치 훼손 등을 우려한다. 용산 주민 1000여명으로 구성된 ‘용산공원지키기주민모임’은 근조화환에 이런 문구들을 붙였다. ‘공원은 아이들의 내일입니다’, ‘주택 공급은 다른 곳에서, 공원은 후손에게’.
용산어린이정원 개발 논란은 2023년 황급히 문을 열었을 때부터 불씨가 내장됐는지도 모른다. 용산은 당시에도 국가공원으로 조성할 용산공원을 비롯해 용산국제업무지구·철도정비창부지·용산역세권·국립중앙박물관 등이 연계된 대형 개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었다.
상징적인 녹지공원만 가꿀 것이냐, 국가공원을 중심으로 새로운 도시 발전 계획을 추진할 것이냐. 후대에 무엇을 물려주는 것이 더 나을까.
김미경 논설위원
2026-08-11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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