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난초에 담긴 ‘추사의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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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임훈 기자
수정 2026-08-10 18:27
입력 2026-08-10 18:27

국중박 ‘김정희와 그의 동반자’展

정선·김홍도 이어 서화가 주제전
주변인들 통해 추사 삶·예술 조명
편지·서예·그림 등 31건 38점 공개

말년 서화일치 경지 ‘불이선란도’
9월 13일까지 한 달간 한시적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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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선란도’는 추사 김정희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로 문인화의 최고봉으로 평가받는다. 난초 주변 네 차례에 걸쳐 쓴 글에서 그림 제작 동기와 방식과 그림 주인이 바뀌게 된 사정을 확인할 수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불이선란도’는 추사 김정희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로 문인화의 최고봉으로 평가받는다. 난초 주변 네 차례에 걸쳐 쓴 글에서 그림 제작 동기와 방식과 그림 주인이 바뀌게 된 사정을 확인할 수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묵향 속에 글씨와 그림이 하나로 녹아든 보물 ‘불이선란도’는 서화일치의 경지를 증명하는 추사 김정희(1786~1856) 말년의 역작이다. 겉치레를 걷어낸 필묵으로 난초의 절제된 미감과 생명력을 담아낸 작품으로, 화면 여백에 네 차례에 걸쳐 적힌 추사의 글귀를 통해 태생과 소장 경위의 사정을 고스란히 펼쳐 보인다.

그는 애초 곁에서 심부름하던 아이 달준에게 건네려 붓 가는 대로 난을 그려냈다. 이후 제자 오규일이 달준에게서 그림을 억지로 가져갔다는 일화의 기록은 주변 사람들과 격의 없이 어울렸던 거장의 소탈한 일상도 함께 전한다.

19세기 조선을 대표하는 학자이자 예술가인 김정희의 삶과 학문, 예술 세계를 그가 맺은 인연과 교류를 통해 조명하는 특별한 전시가 열린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주제전 ‘추사 김정희와 그의 동반자’를 11일부터 오는 11월 22일까지 상설전시관 2층 서화실에서 연다고 10일 밝혔다. 서화실 재개관을 기념해 마련한 세 번째 서화가 주제전으로, 겸재 정선과 단원 김홍도에 이어 김정희를 다룬다.

이번 전시는 김정희가 조선·청나라 문인, 제자, 승려 등과 맺은 관계에 초점을 맞춘다. 편지, 서예, 그림, 탑본 등 총 31건 38점이 공개된다. 이를 통해 다채로운 교류가 뛰어난 예술적 성취로 이어진 과정을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단, 불이선란도는 9월 13일까지 한시적으로 전시된 후 김정희의 ‘함추각 행서대련’으로 교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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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신라 소성왕의 왕비 계화왕후가 먼저 떠난 왕의 명복을 빌고자 불상을 만든 내용이 기록된 비석 조각 ‘무장사 아미타불 조성기비 편’. 진흥왕 순수비와 함께 김정희의 금석학 연구 대표작으로 꼽힌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통일신라 소성왕의 왕비 계화왕후가 먼저 떠난 왕의 명복을 빌고자 불상을 만든 내용이 기록된 비석 조각 ‘무장사 아미타불 조성기비 편’. 진흥왕 순수비와 함께 김정희의 금석학 연구 대표작으로 꼽힌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김정희의 금석학 활동을 보여주는 유물도 함께 선보인다. 금석학은 금속이나 돌에 새겨진 글씨와 기록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당시 문인들에게 금석학은 변형된 서첩을 넘어 글자의 원형을 직접 확인하고 고대 역사를 새롭게 발굴하는 중요한 학문적 수단이었다. 경북 경주 암곡동 터에서 김정희가 찾아낸 통일신라 시대 ‘무장사 아미타불 조성기비 편’이 대표적이다.

이 비석은 신라 소성왕의 왕비 계화부인이 왕의 명복을 빌며 아미타불상을 조성한 과정을 기록한 것으로, 비의 머릿돌 왼쪽 면에는 이를 발견한 김정희의 조사기가 함께 새겨져 있다.

말년의 대작들도 공개된다. 1856년 김정희가 71세 때 쓴 ‘산호가·비취병 대련’은 과천 봉은사에 머물던 시기에 북청 유배 당시의 제자 요선(유치전)을 위해 쓴 작품이다. 같은 해 쓴 ‘해붕대사화상찬’은 고승 해붕을 기리는 글로, 김정희의 말년 해서체의 정수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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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희가 제주 유배 시절인 기유년(1849년)에 청나라 문인 오숭량이 유람한 명승지 16곳의 그림에 맞춰 지은 시를 엮은 시첩 ‘기유십육도시첩’.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김정희가 제주 유배 시절인 기유년(1849년)에 청나라 문인 오숭량이 유람한 명승지 16곳의 그림에 맞춰 지은 시를 엮은 시첩 ‘기유십육도시첩’.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이번 전시에는 모두 6건 6점의 작품이 대중에 처음 공개된다. 부친 김노경의 예조판서 임명과 자신의 문과 급제 소식을 담은 1819년 ‘황해도 무관에게 보낸 편지’를 비롯해 제주 유배기의 ‘기유십육도시첩’, 청나라 문인과의 교유를 보여주는 ‘소동파입극도’ 등이 포함된다.

전시는 모두 4부로 구성된다. 1부 ‘김정희의 편지와 일상’에서는 편지를 통해 가족에 대한 애정과 유배 생활의 고독을 살핀다. 2부 ‘함께 성취한 금석학 성과’에서는 비석 조사와 석노 고증을 다룬다. 3부 ‘추사 김정희의 문예교유’에서는 청나라 문인들과의 교류, 김유근·권돈인과의 인연, 허련과 이하응으로 이어지는 예술적 계승 관계를 소개한다. 4부 ‘추사 김정희의 벗, 불교’에서는 고승들과의 교유를 통해 불교가 김정희의 삶과 예술에 미친 영향을 조명한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전시는 추사 김정희와 주변 사람들을 통해 그의 삶과 예술을 새롭게 조명하는 자리”라며 “다양한 교류가 뛰어난 예술적 성취로 이어진 과정을 살피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임훈 기자
세줄 요약
  • 추사 김정희 특별전, 주변 인연으로 삶과 예술 조명
  • 편지·서예·그림·탑본 31건 38점 공개
  • 불이선란도, 9월 13일까지 한시 전시
2026-08-11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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