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미술 올림픽서 펼친 한국관 ‘해방공간’… 소설가 한강 설치작품도

윤수경 기자
수정 2026-05-07 00:28
입력 2026-05-07 00:28
‘베네치아 비엔날레’ 논란 속 개막
러 등 전쟁 이슈에 황금사자상 폐지한국 해방과 정부 수립 3년 재조명
제주 4·3 사건 떠올린 ‘더 퓨너럴’도
아르코(김동환) 제공 ⓒ2026 한국관 추진단
‘미술 올림픽’이라 불리는 세계 최대 현대미술 축제인 베네치아 비엔날레가 정치적 논쟁으로 얼룩진 채 개막을 맞았다.
6일(현지시간) 평론가, 큐레이터, 기자 등을 대상으로 사전 개막을 시작한 제61회 비엔날레는 오는 9일 공식 개막해 11월 22일까지 이탈리아 베네치아 전역에서 열린다.
올해 비엔날레는 개막 전부터 굴곡이 많았다. 지난달 30일 심사위원단 5명이 전원 사퇴했다. 위원장인 브라질 큐레이터 솔란지 올리베이라 파르카스 등은 앞서 러시아와 이스라엘을 겨냥해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전쟁범죄·반인도 범죄 혐의로 기소된 지도자가 있는 국가에는 황금사자상과 은사자상을 수여하지 않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에 비엔날레 측은 최고 영예인 황금사자상을 폐지하고 대신 폐막일에 일반 관객 투표로 수상자를 결정하는 ‘방문객 사자상’을 신설했다. 러시아와 이스라엘도 심사 대상에 포함된다.
개막 직전인 지난 4일에는 전쟁 중인 이란의 불참 소식도 전해졌다. 이란은 2003년 비엔날레에 복귀한 이후 꾸준히 참가해 왔으며 2024년에는 여성 인권 문제를 조명하는 파빌리온을 선보이기도 했다.
앞서 지난해 5월에는 비엔날레 총감독인 카메룬 태생의 큐레이터 코요 쿠오가 전시 준비 중 세상을 떠나기도 했다. 하지만 유족과 비엔날레 측은 쿠오의 유지를 이어받아 그가 남긴 원안 그대로 전시를 실행하기로 했다. 비엔날레 주제는 ‘단조로’(In Minor Keys)다. 음악의 단조에서 출발한 개념으로 슬픔·우울과 같은 정서와 더불어 위로, 회복, 희망, 초월까지 아우른다. 동시에 ‘주류가 아닌 것’, ‘소수의 것’을 암시하는 개념이다.
올해 한국관은 최빛나 예술감독이 ‘해방공간: 요새와 둥지’를 주제로 구성했다. 1945년 해방부터 정부 수립까지의 3년을 재조명하는 전시로, 최고은 작가의 ‘메르디앙’, 노혜리 작가의 ‘베어링’ 등을 선보인다. 여기에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소설가 한강의 설치 작품 ‘더 퓨너럴’(장례식)도 함께한다. 이 작품은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와 연관된 설치 작품으로 제주 4·3 사건의 기억을 다룬 작업이다.
110명이 초청된 본전시에 마이클 주, 갈라포라스-김, 요이가 한국 작가 혹은 한국계 작가로 이름을 올렸다. 이우환 작가는 공식 병행 전시에 나선다. 이우환 탄생 90주년을 기념해 산마르코 광장의 산마르코 아트센터 8개 전시실에서 196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 60여 년 화업을 아우르는 작품들과 신작을 함께 선보인다.
정준모 미술평론가는 “베네치아 비엔날레에 정치적 문제가 개입된 것은 자주 있었지만, 전쟁 이슈로 이번 비엔날레에 특히 심화됐다”면서도 “본전시에 참여하는 작가 90% 이상이 생존 작가로 배치하는 등 비엔날레가 과거가 아닌 오늘이라는 시점으로 돌아왔다는 점, 아프리카·라틴아메리카 출신 작가들이 늘어난 점 등은 의미 있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윤수경 기자
2026-05-07 16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