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엥겔계수 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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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하 기자
전경하 기자
수정 2026-04-22 03:20
입력 2026-04-22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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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렴한 식당 정보를 공유하는 지도 사이트 ‘거지맵’이 인기다. 위치 정보를 허용하면 주변 식당과 가격 정보가 뜬다. 이용자들이 직접 식당을 등록하고 후기를 남긴다. 지난달 20일 처음 소개됐는데 누적 사용자가 100만명을 훌쩍 넘었다. 집단 지성을 활용해 외식비를 최대한 줄여 보려는 노력이다.

가계 소비지출에서 식비가 차지하는 비율을 ‘엥겔계수’라고 한다. 독일 통계학자 에른스트 엥겔이 1857년 저소득 가계일수록 소비지출에서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엥겔의 법칙’을 발표한 이후 생활 수준을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돼 왔다. 최근에는 식료품비에 외식비를 더해 계산한다.

가난한 나라일수록 엥겔계수가 높고 선진국일수록 낮다. 선진국이 된다고 계속 낮아지지는 않는다. 고령화가 되면 가구·자동차 등 다른 소비는 줄여도 식비 지출은 줄이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

우리나라 엥겔계수가 서서히 오르더니 지난해 30.4%를 기록했다. 식료품비는 물론 외식 물가가 함께 올라서다. 밥을 사 먹거나 배달시키면 식재료 말고도 식당 인건비와 배달비 등도 식비에 포함된다. 먹거리에 미치는 물가의 영향력이 전보다 커졌다. 먹고사는 데 쓰는 돈이 늘어나면 다른 지출을 늘리기 어렵다. 내수 회복이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물가 상승은 ‘보이지 않는 도둑’이라고 불린다. 취약계층에 더 가혹하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어제 4년 임기를 시작했다. 신 총재는 인사청문회에서 “물가와 성장 간 정책 목표가 충돌하면 물가 안정에 우선순위를 두겠다”고 했다. 앞으로 물가가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인플레이션부터 진정시켜야 한다.

한번 오른 가격은 잘 떨어지지 않는 속성이 있다. 장기간에 걸친 유통 구조 개선도 필요하지만 손에 잡히는 먹거리 물가 대책도 내놓아야 할 때다. 식비가 더 오를 수 있다는 불안감이 누그러져야 소비도, 미래에 대한 투자도 가능해진다.

전경하 논설위원
2026-04-22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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