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미술관]12.아름다운 꿈꾸는 사람(Beautiful Dreamer)

박현갑 기자
수정 2021-08-24 13:30
입력 2021-08-18 18:14
희망과 꿈으로 상상의 나래를 펴보자
돌아오지않기에 더 강렬한 소망을 담아보자
“파란 하늘 하늘색 풍선은 우리 맘속에 영원할 거야, 너희들의 그 예쁜 마음을 우리가 항상 지켜 줄 거야~” (god-하늘색 풍선(2000))
‘퍼미션 투 댄스’(Permission to Dance)라는 방탄소년단(BTS)의 올해 뮤직비디오에는 보라색 풍선이 하늘 가득 날아오르는 장면이 나온다. 보라색은 BTS의 상징색으로 ‘희망’을 상징한다. 코로나로 지구촌이 우울한 상황에서 사람들이 아무런 제약없이 흥겹게 춤추며 지낼 수 있기를 염원한다.
음악에 담긴 풍선의 다양한 상징들이다. 풍선은 인간에게 희망과 꿈을 불러 일으키는 매개체다. 어린이에게 풍선은 상상의 날개였다. 초등학교 운동회가 열리는 날, 펄럭이는 만국기 사이로 하나 둘 하늘로 날아오르는 풍선에는 개구쟁이들의 꿈과 희망이 담겨 있었다.
대중가요나 방송프로그램에서, 그리고 어린 시절 가슴 속 품었던 아름다운 풍선을 떠올려볼 수 있는 조각작품이 서울 도심에 있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 2번 출구를 나오면 KEB하나은행 건물이 나온다. 은행이 이 건물 앞 공개지에 마련한 쌈지마당에는 파스텔 색조의 풍선들이 금방이라도 하늘로 날아오르는 듯한 기세를 하고 있다.
시각예술의 마술사로 통하는 채미지(41) 조각가의 2017년 조각작품인 ‘아름다운 꿈꾸는 사람’(Beautiful Dreamer)이다. 노랑, 빨강, 하늘색 등 다양한 칼러로 된 88개의 풍선 다발 아래 맨 발 차림의 소녀가 풍선 하나를 붙잡고 하늘로 날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작품의 재질은 스테인레스스틸로 수압공법을 활용해 풍선모양으로 만들었다. 거센 바람이 부는 날에는 풍선 다발이 금새 하늘로 날아가버릴 듯해 보이지만 강철이 각 풍선 안으로 연결돼 있고 풍선끼리는 용접이 되어있어 구조적으로는 태풍이 불어도 문제가 없다.
이 작품에 나오는 풍선을 붙잡고 있는 소녀는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다양한 해석을 불러 일으킨다. 학업이나 직장생활에 따른 스트레스, 그리고 새로운 도전에 대한 불안감 등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겪게 되는 다양한 생각의 편린들을 이 소녀를 통해 반추하며 새 출발과 다짐을 해 볼 수 있다.
풍선은 물성 그 자체로 보면 희망과 사랑의 증표로만 받아들이기 어렵다. 풍선은 분해에 최소 4개월 이상이 걸리는데다 동물에게 고통과 죽음을 주기도 한다. 산양, 소같은 초식동물들은 바람이 빠져 지상으로 떨어진 풍선 잔해물을 풀잎으로 착각하고 먹었다가 소화관이 막혀 피해를 본다. 해외에서는 이런 이유로 풍선 날리기를 자제하는 도시들이 많다.
하지만 ‘아름다운 꿈꾸는 사람’이 든 풍선은 희망의 풍선이다. 10대 청소년이든 60대 장년층이든 펼치지 못한 꿈이 있다면 하늘높이 띄워 보자. 시간은 한번 떠나면 돌아오지 않는다. 나의 꿈과 희망을 담은 풍선도 마찬가지다. 시간처럼 다시는 돌아오지 않기에 더 강렬한 다짐을 해볼 수 있지 않나.
글·사진 박현갑 eagledu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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