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나눔 NEWS] 공직선거법 개정 藥? 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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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9-08-06 01:26
입력 2009-08-06 00:00
“공직선거법 개정, 약일까 독일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이어 정부도 지방자치단체장의 업무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공직선거법을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행정안전부는 5일 현행 공직선거법 규정 중 불합리한 사항을 발굴해 개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는 10일까지 각 지자체로부터 서면으로 건의사항을 받은 뒤, 선관위 등과 협의해 이달 말쯤 개선안을 만들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달 말쯤 개선안 내기로

선관위가 지난달 지자체 장의 일상적 행위까지 규제하는 현행 선거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정부도 제도 개선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것이다.

현행 공직선거법에서 지자체 장의 행위를 제한하는 조항은 제86조와 112조 등이다. 이들 조항은 지자체 장이 선거 기간에는 각종 사업의 기공식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고, 체육대회나 경로행사를 후원하는 것도 금지하고 있다. 또 선거를 1년 앞두고는 경로당 노인들에게 여행경비나 음식을 지원하는 것도 제한하고 있다.

문제는 선관위가 이 같은 규정을 종종 과도하게 적용해 지자체의 일상적인 대민(對民) 업무도 제약한다는 것이다.

서울의 한 구청은 명절을 앞두고 양로원에 쌀을 지급하려다 선거법으로 인해 취소했고, 충남의 한 지자체는 노인들에게 장수수당을 지급하다 중단한 적이 있다.

또 다른 지자체들은 해맞이 행사 때 떡국을 나눠주려다 선관위의 제지로 그만둬야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부가 선거법을 완화하면 지자체 장들이 이른바 ‘선심성 행정’을 남발할 수 있고, 보여주기에만 급급한 각종 전시성 행사가 속출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 경우 부담은 주민과 후임 지자체 장에게 고스란히 전가된다.

행안부 역시 1년도 남지 않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부가 선거에 개입한다는 비난을 받을까 염려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이달곤 행안부 장관은 최근 “지자체에 ‘좋은 공문’을 보내주겠다.”고 말했다가 ‘관권 선거’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선관위 탄력적 법령해석 유도

이 때문에 행안부는 직접 나서서 선거법 조항을 개정하기보다는 선관위가 법령 해석할 때 일반적인 지자체 장의 업무는 인정해주도록 유도한다는 방침도 검토 중이다.

또 조만간 지자체 관계자들이 선관위에 어려움을 하소연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만들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안형기 건국대 행정학과 교수는 “현행 선거법이 지자체 장의 업무추진을 지나치게 제약하는 등 개정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지자체 장이 일상 업무는 자유롭게 추진할 수 있도록 하되 ‘하지 말아야 할’ 행위를 지금보다 구체적으로 명시해 ‘선심성 행정’을 남발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2009-08-06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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