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장] 추락하는 교사는 날개가 있다?/김성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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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9-07-28 00:00
입력 2009-07-28 00:00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작가 이문열은 자신의 이 작품을 졸작이라 혹평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은 저자의 평과는 달리 희망의 메시지를 떠올린다. 열악한 상황에 있지만 다시 날아오를 비상(飛上)에 대한 희망. 이 ‘추락 날개’를 우리 교사들에 빗대 보면 어떨까. 우리 사회의 큰 화두인 ‘공교육 정상화’ 흐름에서 핵심이면서도 비켜 세워진 주변인 입장의 교사들 말이다.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주 교육개혁의 시동을 걸었다. 교육경쟁력 향상을 타깃 삼은 ‘정상을 향한 질주(Race to the Top)’란 프로젝트를 발표한 것이다. 성적우수 자율형 공립학교 확대, 학생성적-교사연봉 연동, 전국학력평가 도입이 골자다. 요즘 우리가 중점적으로 추진 중인 교육개혁의 방향과 어찌 그리 닮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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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호 논설위원
김성호 논설위원
오바마의 야심찬 프로젝트가 우리의 공교육 살리기에 가까운건 우연이 아닌 듯싶다. 틈날 때마다 한국의 교육을 부러워하는 듯한 발언을 했던 그다. “미국 학생의 과학·수학 능력이 한국의 학생들보다 뒤지고 있다.” “미국 교육이 경쟁력을 끌어올리려면 한국처럼 학교 수업시간을 늘려야 한다.” 공교육이 사교육에 자리를 내어준 채 겉도는 우리 실상을 제대로 보고 입에 올린 찬사들인지….

‘자율과 경쟁강화를 통한 공교육 정상화’ 당·정·청이 관련 대책들을 쏟아내지만 효과에선 무엇 하나 속시원한 게 없다. 사교육비에 칼 빼들고 학원 단속에 나섰지만 수강시간과 장소를 옮기는 편·불법 풍선효과가 드세다. 학교 선택권과 학교자율 확산 차원에서 추진한 자율고는 신청률 저조로 목표치도 못 채울 형편이다. 거꾸로 워싱턴 DC의 한국계 교육감 미셸 리가 주도하는 공교육 살리기에 우리가 눈독을 들이니 아이러니다.

이른바 ‘미셸 리’ 효과라 불리는 개혁돌풍의 중심엔 교사가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무능력 교사나, 교육성과가 부진한 학교의 과감한 퇴출이 주효했다고 전문가들은 본다. 실제로 교사 368명을 해고하고 45명의 교장을 갈아치웠다. 반면 부임 전보다 4배나 오른 250억원의 돈을 교사 경쟁력 강화에 썼다고 한다. ‘오바마 프로젝트’도 교사를 중시한다. 학생 성적을 높인 교사에게 성과급을 지급해 우수인력을 교직으로 끌어들인다는 복안이다.

미국의 교사 중시와 달리 한국은 학교와 커리큘럼 변화에 치중한다. 그래서 교사들이 자주 참교육의 실천자보다는 감시·견제의 대상으로 전락한다. 지난주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가 발표한 미래형 교육과정 개편안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학생부담 절감 차원의 교과목 줄이기와 교육과정과 수업시간 재량편성…. 시험과목 위주 수업의 우려가 쏟아지고 일부 교사들의 집단행동도 보인다.



교육부가 내년부터 교원평가제를 전면 실시한다고 밝혔다. 환영의 목소리와 함께 법제화 없는 교원평가제가 가져올 부작용이 들먹거려진다. ‘촌지 교사’ 신고자에게 최고 3000만원을 주겠다는 신고포상금제도 찬반 논란이다. 입법예고 1주일 만에 철회했지만 우리 교사들의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예이다. ‘공교육 정상화의 핵심’이라는 떠받침과는 달리 일탈에선 준범죄인 취급받는 교사들. 양단의 간극에서 우리 교사들이 비상하기 위해 달아야 할 날개는 무엇일까. ‘한국교육을 본받으라.’는 칭찬에 안주해야 할까, 아니면 정부의 사교육 근절책을 따라 ‘학파라치’라도 적극 나서야 할까….

김성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2009-07-2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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