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정부 아닌 시장 주도적 구조조정이어야/권영준 경희대 경영학 교수
수정 2009-05-15 01:40
입력 2009-05-15 00:00
최근 증시와 환율은 98년 상황과 비슷하게 전개되고 있다. 지난해 9월 뉴욕발 금융위기 이후 40% 정도 빠졌던 주가가 외국인 순매수에 힘입어 저점 대비 58% 상승해 1400선을 넘나들고 있고, 달러당 1500원이 넘던 환율은 1200원대로 낮아졌다. 이제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실물경제가 회복할 때까지 금융시장을 통한 경기 선순환적 효과가 지속가능할 것이냐이다. 몇 가지 이유들로 인해 상당수 전문가들이 부정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첫째, 이미 한국은행 총재가 금리 동결을 선언하면서 발표했듯, 우리 경제가 최악으로의 행진은 멈추었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것이다. 주요 수출 대상국들인 선진국 경기가 추락하고 있고, 우리의 고용지표는 갈수록 더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현재 무역수지 흑자는 환율 효과가 대부분이지 기업들의 경쟁력이 높아진 것이 아니다. 낮아진 환율 상태에서도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셋째, 대부분 국가처럼 우리도 위기시에 나타나는 ‘CRIC’ 현상에 빠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는 위기(Crisis)를 당하면 모든 경제 주체들이 즉각 위기관리체제로 전환하면서 결단적 반응(Response)을 보이고 개선(Improvement)의 효과가 나타나지만, 정치적 논리가 먼저 이를 상쇄하면서 정부가 앞장서 자만(Complacency)하기 때문에 많은 국가들에서 2차 위기를 당하게 되고, 그것이 주는 충격이 더 크다는 것이다.
위기관리 초기 국면에서는 정부의 손이 절대 필요하지만, 일단 시장이 작동하고 나면 정부는 금융시장이 스스로 구조조정을 판단할 수 있도록 물러나서 시장의 손을 지켜보는 것이 대부분의 성공적 위기관리국가가 주는 교훈이다.
권영준 경희대 경영학 교수
2009-05-1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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