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소환 이후] 박연차 진술 신빙성 뒤집기에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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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9-05-02 00:40
입력 2009-05-02 00:00

檢 카드 다 읽은 측 다음수는

“최선을 다해 (검찰조사를) 받았습니다.”

12시간이 넘는 검찰 조사를 받고 1일 새벽(2시11분) 대검 청사를 나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표정은 대검으로 들어올 때보다 훨씬 밝았다. 노 전 대통령은 반나절의 검찰 조사를 통해 검찰의 ‘프레임’을 깰 자신감을 확보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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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채진 검찰총장이 1일 새벽 노무현 전 대통령 소환조사가 끝난 뒤 서울 서초동 대검청사를 떠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임채진 검찰총장이 1일 새벽 노무현 전 대통령 소환조사가 끝난 뒤 서울 서초동 대검청사를 떠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노 전 대통령은 조사 과정에서 검찰이 쥐고 있는 카드를 대부분 읽었고, 검찰이 노 전 대통령의 혐의를 입증할 결정적인 증거를 쥐고 있지 않다는 점을 확인했다.

기소 방침을 확실히 한 검찰은 소환조사를 통해 포괄적 뇌물 혐의를 입증할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하지만 노 전 대통령 측의 판단은 다르다.

검찰이 조사 막판까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과 노 전 대통령의 대질신문을 추진하려 했다는 점이 낙관적 전망의 근거다.

검찰이 박 회장의 진술이 아니라도 노 전 대통령의 혐의를 입증할 만한 다른 확실한 증거를 가지고 있다면 굳이 대질신문까지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노 전 대통령 소환조사에서 드러난 검찰의 ‘비장의 카드’는 ‘노-박 대질신문’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박 회장의 진술을 바탕으로 마련된 검찰의 ‘프레임’이 노 전 대통령이 생각하는 ‘진실’을 깨는 방식이다.

검찰 조사 내내 노 전 대통령을 보좌한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1일 “검찰이 혐의를 입증할 객관적 증거를 전혀 제시하지 못했다.”고 거침없이 말했다. 검찰이 어떤 패를 쥐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해 극도로 말을 아끼던 소환조사 전과는 180도 달라진 양상이다. 무엇보다 큰 수확은 노 전 대통령을 가리키던 정황증거의 요체라고 할 수 있는 박 회장의 진술을 간접적으로나마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검찰이 노 전 대통령을 압박하려 들이대는 박 회장의 진술도 엉성하기 짝이 없어 굳이 검사 앞에서 대질신문을 하지 않더라도 법정에서 충분히 깰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졌다는 분석이다.

노 전 대통령 측은 결국 법정에서 검찰의 ‘프레임’을 무너뜨린다는 생각이다. 공판을 앞두고 노 전 대통령이 말했던 ‘진실’을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를 모으는 기본적인 준비와 함께 박 회장이 노 전 대통령이 알고 있는 ‘진실’과 다른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는 ‘특별한 사정’을 밝힌다는 전략이다. 만약 노 전 대통령 측이 플리바게닝 등 박 회장이 검찰에서 노 전 대통령에 대해서만 사실과 다른 이야기들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밝혀낸다면, 노 전 대통령을 향한 박 회장의 모든 진술의 신빙성이 뿌리째 흔들리게 된다.

이와 관련,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처음 체포되고 노 전 대통령이 홈페이지에 처음 글을 올린 지난달 7일 이전부터 노 전 대통령 측은 박 회장과 검찰의 ‘특별한 사정’을 밝히는 작업을 꾸준히 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2009-05-02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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