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MB법안 처리 질풍노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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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8-12-16 00:30
입력 2008-12-16 00:00
연말 국회의 ‘입법 전쟁’을 앞두고 여권이 15일 내내 속도전을 강조했다.

이날 오전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의 정례회동에선 현 정국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속도’라는 점에 의견을 같이했다.

박 대표는 “전광석화,질풍노도처럼 몰아붙여야 한다.”고 강조했다.당 최고위원회의에선 내친 김에 ‘돌파형 내각’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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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더미 법안
산더미 법안 한나라당의 예산안 강행 처리에 따른 민주당의 반발로 국회 상임위 운영이 파행을 겪고 있는 가운데 국회 사무처 직원들이 15일 이번 임시국회에서 처리할,산적한 법안들을 정리하고 있다.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예산안 처리의 후폭풍으로 정국이 급속 냉각되는 상황에서 여권이 속도전을 감행하는 배경은 무엇일까.

이는 예산안 강행 처리 성공에 따른 이명박 정부의 자신감으로 여겨진다.여권은 당초 예산안과 ‘MB 법안’ 처리를 집권 원년의 성패를 가르는 리트머스로 삼아 왔다.경기부양용 재정지출 예산과 사회간접자본(SOC)예산이 정부 원안대로 통과되면서,그 기초공사에 성공한 셈이다.

다음 수순은 당연히 현 정권의 국정 장악을 뒷받침해줄 ‘MB 법안’처리로 넘어간다.예산안에 이어 이 대통령이 국정장악력과 독주체제를 확보할 수 있는 주요 관문인 셈이다.

속도전의 이면엔 여권 내부와 여야의 역학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미디어관련법과 출자총액제한제도를 뼈대로 한 규제완화법안,각종 이념법안,수도권 규제완화 정책 등 산적한 현안은 여야의 정체성이나 지지기반과 맞물려 있다.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이 입법 정국을 ‘민주 대 반민주’ 구도로 상정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여권으로 시선을 돌려보면 현재 청와대와 여당의 관계는 주종(主從)의 수직구도가 뚜렷하다.‘형님 예산’과 대운하 의심 예산이 정부 원안대로 통과된 데는 청와대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대치정국에서 무기력한 ‘공룡 여당’이라는 오명을 청와대가 덜어준 측면도 없지 않다.

동시에 박희태·홍준표 체제의 리더십 위기를 잠재워줬다.연초 개각은 청와대에 대한 여당 내부의 충성경쟁까지 유도할 수 있다.

이렇듯 청와대는 예산안 처리 이후 정국 주도권 싸움에서 날개를 단 형국이다.이명박 정부의 1차 평가전이 될 내년 4월 재·보선의 승리를 위해서는 이번 입법전쟁을 화룡점정으로 삼아야 한다고 분석했을 법하다.성과를 거둔다면 박근혜 전 대표의 당내 거점을 좁히는 효과도 바랄 수 있다.

무기력한 야권 상황도 여권의 속도전에 한몫하고 있다.제1야당인 민주당은 이번 예산 국회에서 복지예산과 사회 안전망 관련 예산 등 전통적인 야당 몫도 챙기지 못했다.

전략과 리더십의 부재가 반복되면서 존재의 이유를 드러내는 데도 실패했다.미국의 정권 교체와 자동차 산업의 불황 등으로 정치적 실익이 불투명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비준을 여권이 만지작거리는 배경도 이와 무관치 않다.급박한 이슈에 몰두할 수밖에 없는 야당을 상대로 한·미 FTA 조기비준 철회 카드를 꺼내면서 ‘MB법안’ 처리를 압박하는 카드로 삼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민주당과 민노당은 입법전에서 당 차원의 대응보다 민주세력 전체의 연대를 강조했다.

‘반(反) MB연합’을 공고히 하겠다는 것이다.여권이 이를 놓칠 리 없다.시간을 오래 끌면 ‘반 MB연합’의 결속력을 다지는 빌미를 줄 수 있다고 판단하는 듯하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2008-12-16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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