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 튀는 M&A 기싸움
안미현 기자
수정 2008-09-18 00:00
입력 2008-09-18 00:00
샌디스크 “헐값에는 못 팔아”… 삼성전자 “26달러면 충분”
“불황을 틈타 헐값에 사들이려는 기회주의적 시도다.”(샌디스크)
삼성전자의 미국 샌디스크 인수협상이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두 회사의 기(氣)싸움이 팽팽하다. 서로 협상과정을 언론에 공개하는 등 인수·합병(M&A) 역사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진풍경도 벌어졌다.
먼저 공세를 취한 쪽은 샌디스크다. 세계 메모리 카드 1위업체인 샌디스크는 지난 15일 ‘삼성전자의 인수 제안을 거부한다.’는 공식 답장을 삼성전자에 보내 왔다. 그러고는 이 사실을 미국 언론에 흘렸다.
그러자 삼성전자는 이윤우 부회장이 샌디스크 이사회 앞으로 보낸 인수의향서를 전격 공개하는 강수(强手)로 맞불을 놓았다.17일 전문이 공개된 인수의향서는 “(샌디스크의 거부 답신에)크게 실망했다.”는 말로 시작한다.
이 바람에 삼성이 제시한 인수조건과 M&A 추진시점도 드러났다. 이 부회장은 “4개월여 전부터 서울과 샌프란시스코를 오가며”라고 말해 올 5월부터 본격 인수협상이 시작됐음을 시인했다. 지난달 9일 공식 전달한 인수조건은 샌디스크의 주식 2억 2500만주 전량을 주당 26달러씩 총 58억 5000만달러(6조 5000억여원)에 전액 현금으로 사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샌디스크 이사회는 “우리 회사의 본질가치와 지난 52주간의 최고가격(55.98달러)을 반영하지 않았다.”며 만장일치로 거절했다. 샌디스크측은 최소한 협상 개시일인 5월22일 종가(28.75달러)보다는 더 쳐줘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은 재답신에서 “지난 52주간 세상은 그렇게 극적으로 변하지 않았다.”며 “주당 26달러면 M&A 관련 보도가 나가기 전날인 4일 종가보다 93%,30일 평균 거래선보다는 66%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이라고 일축했다.‘소용돌이치는 금융시장과 위협적인 글로벌 경제 추세’를 환기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한마디로 ‘튕길 입장이 못 된다.’는 경고다.
일단 주변환경과 시장의 관측은 삼성에 유리한 형국이다. 샌디스크의 지분 절반은 기관투자가들 몫인데 이들은 대부분 이번 ‘리먼 사태’에 물려 한푼이 아쉬운 처지다. 삼성이 이례적으로 인수의향서를 공개한 것도 샌디스크의 주주들과 임직원에게 ‘좋은 조건의 인수 제안’이 있음을 알려 이사회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게 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에 발끈한 샌디스크는 자신들의 거부 답장을 영어 원문 그대로 이날 오후 한국언론에 공개했다.
노근창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샌디스크가 일단 거부의사를 보였지만 최근의 나쁜 실적을 감안할 때 결국 적정한 수준에서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끝내 샌디스크가 거부하면 삼성의 적대적 M&A 시도 가능성도 거론된다. 물론 삼성은 부인한다.“인수에 성공하면 삼성전자의 자회사로 가져갈 것이며 흡수합병은 없다.”고 공언, 샌디스크 임직원의 동요를 차단했다.
어찌됐든 삼성의 인수의지가 매우 강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10년 무차입 경영’을 서슴없이 포기할 정도다. 삼성전자는 이날 기관투자가 대상 설명회에서 “6조원이 넘는 인수대금은 보유현금과 차입금으로 충당할 계획이며 자사주를 매각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6월말 현재 현금성 자산은 6조 3800억원이다.
샌디스크의 제휴선인 일본 도시바의 인수전 참여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 인수의지가 별로 없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당사자인 도시바와 블룸버그통신도 일부 외신의 ‘도시바 관심설’을 부인했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2008-09-1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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