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전환기 문화인프라 구축에 큰몫
이문영 기자
수정 2008-05-08 00:00
입력 2008-05-08 00:00
한길그레이트북스 100권 돌파
2008년 5월 미국의 철학자이자 미술비평가인 아서 단토의 ‘일상적인 것의 변용’(김혜련 옮김)이 나왔다. 단토의 예술철학은 ‘무엇이 어떤 것을 예술로 만드는가’란 물음에서 출발한다. 예술작품이란 예술가 자신이자 예술가의 개성적인 스타일이라고 결론짓는 예술철학서다.
한길사 제공
화이트헤드에서 출발해 단토에 이르기까지 12년의 시간이 흘렀다.‘관념의 모험’과 ‘일상적인 것의 변용’ 사이엔 98권의 책이 더해졌다. 두 책을 시작과 끝으로 ‘한길그레이트북스’ 100권의 도서목록이 만들어졌고, 책의 숫자만큼 학문·사상·문화를 떠받치는 인문학의 인프라는 튼실해졌다. 책을 낸 한길사는 그레이트북스 100권 출간은 200권,300권으로 가는 통로일 뿐이라고 말한다.
●보편적인 인문주의·인문정신 구현
한길그레이트북스 100권 출간을 기념해 한길사는 가이드북 ‘가자, 고전의 숲으로’를 함께 펴냈다.
한길사 김언호 대표는 서문에서 “그레이트북스는 1970년대와 1980년대의 민주운동·민족운동의 격동기를 거쳐 1990년대의 시대 전환기를 맞으면서 좀더 보편적인 인문주의·인문정신을 구현하기 위한 출판 인프라 구축운동의 일환”이라고 썼다. 그는 7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부연 설명했다.
“민주화가 진전되고 세계화시대로 급속히 진입하면서 출판운동도 현실 개혁을 넘어 인류 모두에 해당하는 문화 인프라 구축이란 과제를 안게 됐다. 그 첫 작업이 인류 정신사를 빛낸 고전과 현 시대 명저를 정리하는 일이다.”
한길사 제공
한길사가 택한 100권의 책은 인류의 지적자산이라 할 만한 각 분야의 저서를 망라한다. 야만의 시대를 고발한 한나 아렌트의 책들(‘인간의 조건’‘혁명론’‘예루살렘의 아이히만’‘전체주의의 기원’)과 계몽사상가 루소의 책들(‘에밀’‘고독한 산책자의 몽상’‘학문예술론 외’)은 전집 완간을 목표로 집중 번역됐고 또 번역되고 있다. 레비스트로스의 저서도 ‘야생의 사고’ ‘슬픈열대’ ‘신화학 1·2’ 출간에 이어 ‘신화학 3·4’와 ‘구조인류학’이 현재 추가 작업중이다. 김 대표는 “절대 중역을 하지 않고, 번역은 반드시 전공자가 맡으며, 충실한 해제와 주석으로 이해를 돕는다는 3가지 원칙을 철저히 지켰다.”고 설명했다.100권 중 66권이 각종 권장도서로 추천되며 성과를 인정받았다.
●번역에만 7년 걸린 것도
난관도 많았다. 번역에만 최소 3∼4년에서 최대 7년이 걸렸다. 번역이 늦어지면서 100권의 출간도 지체됐다.10여권이 번역 과정에서 엎어졌고, 분야별 불균형도 발생했다. 번역 텍스트 선정에 아쉬움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송재소 성균관대 한문교육학과 교수는 “서양 고전이 목록의 다수를 차지하고 국내 고전과 중국 고전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면서 “단테나 셰익스피어의 작품 등 일반적으로 고전으로 불리는 저작은 꼭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서상미 한길사 인문팀장도 “기획단계에선 동서와 고금(古今)의 균형을 맞추고 싶었으나 동양쪽 작업이 늦어지면서 서양 고전과의 불균형이 발생했고, 고대의 고전은 마땅한 번역자를 찾기 어려워 현대 저작에 비해 권수가 줄어들었다.”고 작업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김 대표는 “그레이트북스는 경제적인 측면으로만 가치를 평가할 수 없는 거대한 작업”이라면서 “다른 책 팔아 번 돈으로 적자를 메우고 있지만 책을 기다리는 마니아 독자들이 있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고 낸다.”고 말했다.
현재 한길사는 20여권의 책 출간을 추가로 준비중이다. 독일 문예비평가 발터 벤야민의 ‘독일 비애극의 원천’, 프랑스 사회학자 레이몽 부동의 ‘사회변동과 사회학’, 민족사학자 박은식의 ‘왕양명실기’ 등이 출간 목록에 이름을 올릴 예정이다.
이광주 인제대 명예교수는 “동과 서의 인문·사회·예술·자연과학 전반에 걸친 고전과 명저를 집대성하는 본격적인 기획은 한길그레이트북스가 최초”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2008-05-08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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