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칼국수 한그릇/임병선 체육부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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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8-03-11 00:00
입력 2008-03-11 00:00
“서서 기다리는 데 30분, 앉아서 또 20분이군.”언제나 사람들로 북적이는 이 집 칼국수를 기다리다 지친 한 식객이 투덜거린다. 이때쯤, 입에는 이미 침이 흥건하다. 점심에 한 그릇 먹으려면 사무실에서 30분은 발품을 팔아야 한다. 전철을 타자니 그렇고 택시나 버스도 마땅치 않다. 청계천을 건너야 하니 산만 넘지 않지, 물건너 꼬박 2시간이 걸리는 셈이다.

3500원. 양도 푸짐하고 맛도 그만이다. 오후 1시30분이 돼도 전혀 줄지 않은 손님 행렬을 의식해 후루룩 들이켜기 십상이다. 그러고도 밤 8시에도 시장기를 느끼지 못할 정도. 그러나 굳이 이 집을 찾는 이유는 딴 데 있다. 만화영화 캐릭터 ‘왕눈이’를 빼닮은 주인 아주머니의 마음씀씀이 때문이다.



비좁은 식당 여기저기 쌓아놓은 밀가루 부대들이 정겹다. 지난가을 아주머니는 “밀가루값 오른다는 소식에 미리 사놓았지. 손님들 그러잖아도 힘들잖아. 한 일년은 우리집 값 안 올릴거야.”했던 것이다. 물가 때문에 난리라고들 하지만, 이런 식당도 있다.

임병선 체육부차장 bsnim@seoul.co.kr
2008-03-1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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