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돋보기] 휴대전화 안터지는 케냐로 간 신세대 건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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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선 기자
수정 2007-08-11 00:00
입력 2007-08-11 00:00
“통 가려고 해야 말이지요. 다들 프랑스 생모리츠처럼 풍광도 멋지고 인터넷과 휴대전화도 잘 터지는 곳을 선호하더군요.”

대한육상경기연맹의 서상택 총무이사는 10일 혀를 끌끌 찼다. 이날 밤늦게 인천공항을 통해 마라톤 유망주 5명을 ‘철각의 왕국’ 케냐로 떠나보내기까지 우여곡절이 떠올라서였다.

연맹은 2011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에서 개최국의 자존심을 세울 수 있는 마라톤을 중점 육성하기 위해 2억원의 예산을 투입, 지난 2월부터 야심찬 ‘케냐 프로젝트’를 밀어붙였지만 참가자를 모으기가 쉽지 않았다. 대학생 선수들에겐 발걸음 떼기도 숨이 차다는 해발 2300m 고지대가 겁을 집어먹게 했을 것이다.

그러잖아도 하루 60㎞씩 내달리던 선배들과 달리,20㎞ 훈련에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이들이 적지 않았던 터. 일본인 코치가 혹독하게 내몬다고 훈련에서 이탈해 버려 그 코치는 1년 만에 보따리를 싸야 했다.

여기에 여자친구와의 휴대전화 통화도 쉽지 않고 게임이나 인터넷도 잘 안 되는 곳에서 8주를 지내야 하니 젊은 선수들에겐 막막하기만 했을 것이다. 연맹에선 100만원의 수당을 지급하기로 했지만 그것도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지는 못했다.

수도 나이로비에서 북서쪽으로 350㎞ 떨어진 엘도라토 고지훈련센터는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이 10년 전부터 상급훈련센터로 공인한 곳. 연평균 기온 17도에 습도가 낮고 전문 지도자가 상주하고 있어 세계 톱랭커 5∼6명이 늘 머무르는 곳으로 이름나 있다.

국가대표급에게나 주어질 좋은 기회를,5000m와 1만m 상위 10위에 들어가는 대학생 선수들에게 제공하겠다고 나섰지만 의외의 걸림돌에 가로막힌 것.

황규훈 연맹 전무가 직접 어르고 달래 1차 5명을 추리고 현지사정에 밝은 김홍화(전 동양대 감독) 코치, 적혈구 수치를 점검하는 김기진 계명대 교수 등이 함께 떠났다.

지난달 중국 쿤밍에서 한 달간 적응훈련을 거친 서행준(20·건국대)은 “고지훈련을 마치고 이제 자신감을 갖게 됐다. 보름 정도 지나면 적응할 수 있을 걸로 본다.”고 말했다.

이들이 케냐에서 정작 배워올 것은 왜 달리느냐는 근원적인 물음과 케냐의 건각들이 달리는 이유에 대한 답일지 모른다. 신필렬 연맹 회장이 “영혼을 담아 오라.”고 주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2007-08-11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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