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13명 탄 ‘캄’ 전세기 추락] “금실 좋았는데…” 가족들 ‘망연자실’
윤상돈 기자
수정 2007-06-26 00:00
입력 2007-06-26 00:00
●쌍둥이 한명 처가에 맡겨두고 가
조 기자는 지난해 말 아들 쌍둥이를 낳아 축하를 받았고, 그동안 고생도 많이 했기에 모처럼 가족끼리 여행을 잘 다녀오라고 했던 동료들의 안타까움은 더욱 컸다. 태어날 때부터 외가에 맡겼던 또다른 쌍동이 윤하군은 장인 내외가 맡아주어 사고를 피했다.
조 기자의 대구 본가에서는 사고 소식을 듣고 망연자실한 상황에서도 한가닥 희망을 걸고 있다. 아버지 조한기씨는 “믿기지 않는다.9개월짜리 윤하를 처가에 맡겨두고 휴가차 캄보디아로 간다고 했다.”고 말했다. 특히 KBS는 1997년 8월 KAL기의 괌 추락 사고로 홍성현 당시 보도국장을 잃었던 터라 더 충격이 컸다.
경기 부천시에 살고 있는 장인 윤창도씨도 “결혼 8년만에 휴가를 내 처음 해외여행을 간다고 막내를 맡겨두고 갔다.”며 사고 소식을 믿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윤씨는 “금실이 좋은 부부였는데 무슨 청천벽력이냐.”며 허공만 바라보았다.
●방학 맞아 온 가족 앙코르와트로
이번 사고로 일가족 4명이 실종된 이충원(47)씨의 경기 용인시 상현동 아파트에는 이웃 주민들과 이씨 자녀 친구들이 방문,“이씨 가족이 변을 당한 것이 맞냐.”고 취재진에게 진위를 되물으며 당혹했다.
이씨의 한 이웃 주민은 “아저씨가 사업을 해 부부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 여행도 다니고 사이가 좋았어요. 신앙심도 깊었던 분들인데 이국에서 변을 당하다니….”라며 안타까워했다. 또 “이씨 부부의 자녀 정민(16·여)이와 준기(15)는 충북 음성에서 기독교계 대안학교(글로벌비전 크리스천 스쿨)에 다녔는데 1주일 전 방학을 해 온 가족이 앙코르와트를 보러 간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씨 집을 찾은 정민양의 친구 강태현(16)군은 “소현중학교를 1학년 때부터 함께 다니다가 정민이가 중3때 전학을 간 뒤 싸이월드를 통해 새로 사귄 친구이야기나 공부가 어렵다는 얘기를 했었다.”면서 “항상 쾌활하고 발랄한 친구였다.”고 말했다.
●“함께 가려다 안따라갔는데…”
추락한 전세기에 탑승한 최찬례(49)씨의 남편 박희영(42·사업)씨는 인천 부평구 산곡동 자택에서 “이런 일은 남들한테나 일어나는 일인 줄 알았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있는지…. 이럴 줄 알았으면 보내지 않는 건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박씨는 아내와 딸에게 이런 변이 닥쳤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듯 계속 바닥과 천장만 번갈아 쳐다보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인근에 사는 형 내외도 비보를 듣고 찾아와 박씨를 위로하며 초조한 표정으로 뉴스를 지켜봤다.
박씨가 마지막으로 아내와 통화한 것은 지난 23일 비행기를 타기 직전이었다고 한다.
대학교 3학년인 둘째 딸 유경씨가 기말 시험을 끝낸 뒤 바람을 쐬고 싶다고 해 모처럼 어머니와 함께 여행을 떠났던 것.
박씨는 “원래 함께 가려 했다가 모녀끼리 오붓한 시간을 보내라는 뜻에서 따라가지 않았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했다.
박씨는 최씨와의 사이에 1남4녀를 두고 있다. 박씨는 “원래 배낭 여행을 하겠다는 걸 걱정이 돼 만류하고 여행사에서 짜놓은 여행코스를 따라가도록 했는데 이렇게 될 줄 몰랐다.”며 가슴을 쳤다. 그는 “아직 살아 있을 거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 김학준 대구 한찬규 용인 윤상돈기자 kimhj@seoul.co.kr
2007-06-26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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