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자실 통·폐합 긴급예산 쓸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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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7-06-06 00:00
입력 2007-06-06 00:00
기자실 통·폐합과 전자브리핑 시스템 설치에 드는 예산 55억원을 예비비로 충당하는 안건이 어제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국정홍보처는 기자실을 뜯어내는 절차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기자실 통·폐합과 취재 제한에 반대 여론이 들끓는데도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참여정부의 행태가 실로 놀랍다. 청와대가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을 놓고 언론과 토론까지 불사하겠다면서, 한쪽에선 예비비를 지출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기만에 가깝다. 통·폐합 공사가 거액의 예비비를 지출할 긴급한 사안인지 고민한 흔적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김창호 국정홍보처장은 비판의 목소리가 일자 “거기에 대해선 심각하게 검토해 보지 않았다.”고 말했을 뿐이다.

헌법에서 차기 국회의 승인을 얻도록 한 예비비 지출은 긴급재난이나 천재지변, 예산에 잡히지 않은 특별 사업에 국한해 온 것이 지금까지의 관례다.2004년 폭설 때 909억원을 피해농가 긴급복구비로 지원한 바 있다. 지난해에는 평택 미군기지 이전 시위진압에 92억원, 사행성 게임장 단속에 44억원을 예비비로 썼다. 이런 사안과 비교해 기자실 공사는 천재지변에 해당하는 일도 아니고 국정 수행에 촌각을 다투는 긴급 현안도 아니다. 그것도 모자라 홍보처는 온라인에서 홍보한 언론정책을 재탕·삼탕한 소책자를 10만부나 찍어 배포하고 있다. 발간에 2800만원이란 국민의 혈세를 들인 것은 물론이다.

국제언론인협회(IPI)에 이어 세계신문협회(WAN)가 취재 제한에 항의하는 서한을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냈다. 한국문인협회도 정보통제 사회의 도래를 우려하며 관련 정책 폐지를 요구했다. 허겁지겁 기자실 공사부터 하려고 예비비 지출을 서두른 것은 해괴한 정부 언론정책의 속내가 애초부터 딴 데 있었다는 의혹을 더욱 증폭시킬 뿐이다.

2007-06-0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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