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시청 뜰의 소나무/이호준 뉴미디어국장
수정 2006-04-12 00:00
입력 2006-04-12 00:00
대충 헤아려 봐도 30그루는 족히 된다. 참으로 잘들 생겼다. 시선을 아래에서 위로 죽 훑어 올라가다 보면 답답했던 가슴까지 뻥 뚫리는 듯하다. 소나무는 보면 볼수록 정이 간다. 안면송(安眠松)처럼 곧게 뻗은 것은 시원해서 좋고, 시골마을 구릉에 구부정하게 서 있는 것은 정겨워서 좋다.
우리는 소나무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민족이다. 전엔 소나무로 지은 집에서 태어나 소나무로 지은 밥을 먹고 자랐다. 송홧가루로 다식을 만들고, 솔잎으로 술을 담그고, 소나무 관에 들어가 소나무 근처에 묻히는 것으로 한살이를 마쳤다. 삶의 양식이 바뀌었다고 핏속에 흐르는 정서까지 사라지랴. 시청 뜰의 소나무를 볼 때마다 고향마을 어귀에 들어선 듯 푸근하다.
이호준 뉴미디어국장 sagang@seoul.co.kr
2006-04-12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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