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부자노릇/ 이상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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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일 기자
수정 2005-08-11 08:06
입력 2005-08-11 00:00
중견그룹 회장이 친구들과의 산행에 부인을 데리고 갔다. 주위에는 아랑곳없이 그 부부는 반(半)농담조로 서로 티격태격했다. 회장은 등산에 몰입해 그저 높이, 더 멀리 가자고 했다. 부인은 “힘드니 그만 가자.”며 “내가 좀 재미있는 사람을 만났으면….”운운하며 남편의 산행에 대한 집착과 무미건조함을 탓했다. 문화생활에는 별로 관심없이 산만 타는 남편을 부인은 비판한 것이리라.

한 화랑 대표는 “부자노릇 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 땅에서는 돈 많은 사람이 교양도 높고 처신도 존경받는 경우가 드물다는 것이다. 외국의 귀족이나 부자들이 문화적으로도 고급 취향인 것과 대조적이다. 돈만 많았지 몰취미하기 일쑤고 기껏해야 비싼 옷과 가구 수집광이거나 특정 운동에 몰두하는 부자가 적지 않다고 그 대표는 전했다. 부자는 ‘졸부’로 불리거나 ‘무식하다.’고 경멸받는다고 한다.



하루하루 먹고 살기 바쁜 서민들로선 생계의 시름을 놓은 부자들의 생활이 어떤지 짐작하기 어렵다. 그러나 요즘 부자들의 집안싸움이나 정치인과의 유착 등을 보면서 품위있고 존경받는 부자노릇은 정말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상일 논설위원 bruce@seoul.co.kr
2005-08-11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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