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오보 공시라니, 정부가 언론 감시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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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5-04-28 00:00
입력 2005-04-28 00:00
국정홍보처가 ‘정책보도 모니터링 시스템’을 올해초부터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언론보도를 오보, 문제성 보도, 건전비판, 정책참고보도 등 4종류로 나눠 정부 온라인에 종합관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정보는 모든 공무원이 접할 수 있다고 한다. 건전비판을 정책에 반영하자는 취지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지만 순수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정부 잣대로 오보를 재단해 언론사와 기자들의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있다는 걱정을 지울 수 없다.

정부가 오보 여부를 최종판단하겠다는 생각 자체가 오만하다. 정부 정책은 검토되다가 바뀌는 경우가 많다. 중요 정책은 언론이 중간과정을 국민에게 알리고 문제점을 고치도록 해야 한다. 또 한참 지난 뒤 보도내용이 맞기도 한다. 그런데 과장급 이하 실무자가 당장 오보 여부를 분류해 온라인에 올린다는 것은 무리하기 짝이 없다. 오보뿐 아니라 문제성 보도라는 항목도 거슬린다. 정부 입맛에 안 맞으면 문제성 보도로 분류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 오보나 문제성 보도로 온라인에 회람됐다가 나중에 옳은 것으로 판명나면 기자와 언론사의 명예를 회복시킬 방법은 마련했는지 묻고 싶다.



오보 판정기준이 문제거니와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놓고 어디에 쓰려는지 의아스럽다. 창피를 주어서 비판기사를 막으려는 취지라면 단세포적 발상이다. 신문발전기금 배분 등 언론정책에 참고할 요량이라면 접는 게 옳다. 최근 검찰·경찰은 오보기자의 출입 제한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일련의 조치와 관련, 현장기자들은 “발표기사만 받아쓰라고 강요받는 느낌”이라고 말한다. 이래서야 날카로운 비판과 국민들의 알 권리는 물 건너간다.

오보에 대해서는 언론중재를 통한 개별구제가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럼에도 기자들을 옥죄려는 조치가 계속 나오면 정치적 배경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이미 운영되는 제도를 뒤늦게 발표한 것도 엄포 차원이라는 오해를 낳고 있다. 정부는 보도분류 온라인 회람을 즉각 중단해야 할 것이다.
2005-04-28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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