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점 투성이’ 공직자 백지신탁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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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5-04-28 07:34
입력 2005-04-28 00:00
26일 공직자윤리법이 통과돼 11월 중순부터 시행되는 백지신탁제도는 당초 취지보다 한참 후퇴해 빈축을 사고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형식만 갖췄을 뿐 고위공직자들에게 편법 수단만 제공하는 등 ‘허점 투성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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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후퇴한 것은 대상주식의 범위다. 정부는 처음 이 제도를 도입하려 할 때 “고위 공직자가 주식을 보유하면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결정을 하기 때문에 이를 매각하거나 백지신탁토록 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일부 고위 간부는 “공직자의 경우 명예와 부를 모두 가져서는 안된다.”는 극단적인 표현까지 쓰며 가세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정부의 의지는 입법예고와 법안제출, 국회처리과정을 거치면서 크게 훼손됐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당초 대상 주식을 ‘모든 주식’으로 했다. 지난 해 5월 열린 공청회에서 행자부는 “고위 공직자의 경우 자신의 현 직무와 직접 관련되지 않은 정책이라도 정보를 얻고 국무회의나 부처협의 과정 등에서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으므로 모든 주식에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뒤 행자부는 이런 내용으로 입법예고까지 했다.

그러나 지난해 9월 법안을 국회에 제출할 때는 “직무와 관련이 없는 주식은 제외한다.”고 했다. 입법예고과정에서 “위헌소지가 있다.”는 주장을 이유로 들었다. 앞서 정부는 ‘모든 주식’과 ‘직무와 관련이 없으면 제외’ 등 두가지를 놓고 고민하다 직무관련성을 구분하기 어렵다며 ‘모든 주식’을 적용하기로 했었다.

‘모든 주식’에서 ‘직무와 관련이 없는 주식은 제외’로 바뀌면서 직무 관련 여부는 주식백지신탁심사위원회에서 결정하도록 했다. 하지만 직무 관련 판단 기준이 모호해 두고두고 논란이 일 듯하다.

법에는 직무관련을 ‘주식에 대한 직·간접적인 정보의 접근과 영향력 행사의 가능성’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장·차관이나 고위 간부는 직무와 연관이 없어도 협의과정에 정보를 얻을 수 있고, 국회의원의 경우는 상임위가 아니더라도 각 부처로부터 자료 요청을 할 수 있는 등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향후 그 기준을 놓고 논란이 가열될 전망이다. 결국 심의위원회에 권한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장·차관과 국회의원 등은 빠져 나갈 구멍을 마련하면서 정부법안에 없던 재경부와 금융감독위원회 소속 공무원들은 4급 이하까지 포함시켜 대조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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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거부제도를 허용한 것도 악용될 소지가 크다. 백지신탁을 하기 싫으면 직계 가족에게 주식을 넘긴 뒤 고지거부를 하면 법망을 피할 수 있다. 재산등록을 할 때 주식은 시가로 적용하면서 백지신탁은 액면가를 기준으로 한 것도 문제다. 삼성전자 등 고가주를 보유하면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 삼성전자의 경우 27일 1주당 종가가 46만 4000원(액면가 5000원)에 달했다. 액면가 기준 5000만원어치(1만주)를 보유하고 있다고 가정하면 시가로 46억 4000만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또 수탁기관이 주식을 처분하기 어려우면 30일 간격으로 계속 연장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악용할 여지가 있다.



한편 행자부는 백지신탁대상자는 공개대상자 5855명과 재경부·금감위 직원등 6000여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03년 공개자 가운데는 19%인 1110명이 주식을 소유했다.3000만∼5000만원이 196명,2000만∼3000만원이 52명,2000만원 미만이 468명이다.5000만원 이상은 394명이다.

조덕현기자 hyoun@seoul.co.kr
2005-04-28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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