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과 비움/장석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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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5-01-29 10:33
입력 2005-01-29 00:00
20여년간 출판사를 경영하며 그 누구보다 바쁜 도시인으로 살다가 서울살이를 접고 안성으로 내려갔던 시인 장석주. 낮음을 지키며 사는 낮은 사람이 산다는 뜻의 ‘수졸재’(守拙齋)에서 그는 나무를 심고 밭을 일구며 느림과 비움의 삶을 산다. 그리고 매일 노자의 ‘도덕경’을 한 장 한 장 읽으며 무위와 자연의 삶을 배우고 있다.10여년간 도덕경을 머리맡에 두고 읽어왔다는 그가 시골생활에서 얻은 기쁨에 노자의 사상을 버무린 도덕경 에세이 ‘느림과 비움’(뿌리와 이파리 펴냄)을 냈다.

“투명한 마음의 눈을 뜨고 집착에서 자유로워지자 정말 경이로운 삶의 기회가 내게 찾아왔습니다. 저열한 이기주의와 집착, 출세와 부의 욕망으로부터의 자유. 그렇습니다. 나는 그걸 감히 경이로운 기회라고 말합니다. 나는 ‘살아’ 있습니다. 온전히, 백 퍼센트로 살아 있음을 느낍니다.”

저자는 이처럼 수졸재에서 지난 세월 자신이 쌓아온 모든 것들에 대한 집착을 버리자 비로소 진정한 자유를 얻었다고 토로한다. 도서출판 청하를 직접 운영하며 그 누구보다 도시의 삶의 생리에 철저히 맞춰졌던 그는 ‘禍莫大於不知足 咎莫大於欲得’(만족할 줄 모르는 것만큼 큰 화가 없고, 욕심을 내어 얻고자 하는 것만큼 큰 허물은 없다.)이란 도덕경의 구절처럼 비움의 삶을 실천하며 온전히 내 삶을 사는 법을 전하고자 한다.

총 81장에 달하는 도덕경을 자신의 시골 일상과 버무리며 한 편 한 편 풀어내는 지은이의 필치가 유려하다. 팍팍한 도시의 삶을 포기하고 싶은 유혹과 함께 피동적 타성의 삶을 살도록 강제하는 도시문명에 대한 날카로운 경고의 메시지가 읽혀지는 책이다.1만 10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2005-01-29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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