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판교의 추억/우득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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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4-03-26 00:00
입력 2004-03-26 00:00
하루를 다한 햇살이 황사로 희뿌연 서쪽 하늘 가장자리로 잦아들 무렵,분당 아파트촌과 이웃한 판교 마을을 찾는다.10년 전 고속화도로가 분당과 판교를 갈라놓기 전까지만 해도 주말마다 큰 녀석은 손을 잡고 작은 녀석은 유모차에 태워 왔던 곳이다.신도시 개발을 앞둔 탓인지 야트막한 야산 사이의 텃밭에는 찢겨진 비닐과 쓰레기만 나뒹굴고 있다.

문득 야산 끝자락에 자리잡은 허물어질 듯한 무덤 3기에 시선이 머문다.무덤 앞에는 ‘29’‘30’‘31’이라는 숫자가 적힌 자그마한 팻말이 세워져 있다.가까이 다가가 보니 팻말에는 이달 말까지 이장 신고를 하지 않으면 무연고 묘지로 간주해 처리하겠다는 경고성 통고가 담겨 있다.버려진 텃밭과 후손들의 손길이 닿지 않은 무덤에서 머잖아 사라질 판교의 마지막 잔영이 느껴지는 듯하다.



황톳길을 따라 야산을 휘돌아가니 한때 옥수수와 고구마,보리,마늘로 무성했던 드넓은 밭 한가운데로 공사 차량 통행로가 휑하니 뚫려 있다.곳곳에 ‘경작 금지’라는 푯말과 함께.개발은 이렇게 이루어지는가 보다.

우득정 논설위원˝
2004-03-26 4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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