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눈으로 본 서러운 운명/고종석 창작집 ‘엘리아의 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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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3-09-03 00:00
입력 2003-09-03 00:00
기자와 소설가,두 분야 모두 녹록치 않은 글솜씨를 보여온 고종석이 6년 만에 창작집 ‘엘리아의 제야’(문학과지성사 펴냄)를 냈다.

2000년부터 올해 3월까지 틈틈이 써둔 중단편 6편 속에는 문학의 본질로 간주하는 ‘언어’에 대한 섬세한 배려가 잘 녹아 있다.어떤 내용을 담더라도 논리적이고 서술을 강조하는 특유의 문체는 무르익은 기량을 보여준다.

영국 수필가 찰스 램의 작품집 제목을 딴 표제작은 신경증을 앓는 누이를 보살피느라 평생을 함께 산 램의 삶을 연상케 하는 얼개로 펼쳐진다.

또 ‘누이 생각’은 이복누나가 세 명의 이방인과 결혼하는 과정을 탁월한 언어 감각과 담담한 시선으로 그려나간 작품이다.

말의 중요성에 대한 작가의 천착은 소설과 수필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들에서 구체적으로 나타난다.‘피터 버갓 씨의 한국 일기’에서는 일기 형식으로,‘아빠와 크레파스’에서는 편지의 틀을 빌려서 두 장르의 접목을 시도한다.

문학평론가 김병익은 이런 시도에 대해 해설에서 “작가는 ‘에세이 소설’기법으로 에세이스트와 소설가 간의 사유와 문체의 다른 결을 교묘하게 해소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말의 민감함이 기교 연마의 차원에 머물지 않고 현실을 반영하려는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김병익은 “그렇다고 고종석의 작품세계는 사적인 심리에 갇히지 않고 이 땅에서 서러운 삶을 살아야 했던 운명이 얽혀 있다.”고 덧붙인다.

이종수기자
2003-09-03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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