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 기분 좋은 사회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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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2-10-16 00:00
입력 2002-10-16 00:00
다른 사람들도 여러 번 지적했지만 고쳐지지 않으니 이번 기회에 한번 더 말하겠다.

식당에 가서 가끔씩 당하는 경우를 이야기하려고 한다.식당에 가서 음식을 먹을 때 손님이 먹고 싶은 걸 먹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그런데 그렇지가 않으니 문제다.한 가지만 전문적으로 하는 식당이 아니면, 메뉴판이 있고 그 메뉴판의 음식을 시켜 먹는 것은 손님의 당연한 권리다.

곱창 전골로 예를 들어보겠다.(곱창 전골을 예로 들었다고 화내지 마세요.저 곱창집 단골이 많답니다.얼마나 자주 가는가 하면 어떤 곱창집에선 구정·추석에 주인아저씨가 우리 집에 갈비도 보내준답니다.) 뭘 먹어야겠다고 결정짓지 않고 식당에 들어간다.자리에 앉는다.뭘 먹을까 메뉴판을 들여다본다.아,오랜만에 곱창전골을 먹어야지! 주인인지 종업원인지 나타나서 주문을 받는다.“뭐 드실래요?” “네,곱창전골 주세요.” “손님 곱창전골은 2인분 이상 시켜야 되는데요.”

여기서부터 열 받는다.왜 열받는지 경험해 본 분들은 알 거다.여기서의 선택은 식당에서 나오든지,다른 걸 시켜먹든지 혼자서 2인분을 시켜 먹든지 해야 된다.어느 것 하나 즐거운 선택이 아닌 거다.이럴 때 메뉴판에 이렇게 써놓으면 어떨까? 곱창전골 1인분에 1만 2000원,2인분에 2만원 하면 되지 않을까?

또 어떤 식당에 가면 음식값이 3900원이나 4900원 하는 걸 볼 수 있는데 싸다는 인상을 주려고 했을 것이다.처음엔 재미있고 싼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점점 약효가 떨어져서 그저 그런가 보다 하게 된다.그렇게 하지 말고 음식값을 4100원,5100원이라고 정한 후에 손님이 계산할 때 주인은 큰 소리로 외치는 거다.“4000원만 주세요.” “5000원만 주세요.” 손님들은 4000원 내고 100원 거슬러 받을 때보다 5100원짜리를 5000원만 내는 게 훨씬 즐거워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나만의 것일까?

중국 음식점에 가서 음식을 시킬 때 자주 있는 일이다.뭘 먹을까 하는데 누가 꼭 한마디한다.“똑같은 걸로 시켜.그래야 빨리 나와.”

식량을 배급 타먹는 시대가 아닌데 왜 아직도 이러고 있는지 영 유쾌하지가 않다. 다들 자장면 할 때 나혼자 우동하면 바보되기 십상이다.심지어는 이런 농담까지 듣는다.“이래서 통일이 안 된다니까.” 우습지도 않은데 말한 놈만 말해 놓고 낄낄거린다.아무리 그래도 그렇지,통일이 안되는 이유가 내가 우동을 시켜 먹어란 말이냐.

식당뿐이 아니다.올 봄에는 경복궁을 다녀왔고 지지난 주에는 덕수궁을 다녀왔다.팍팍한 서울살이에 가끔 종묘도 가 보고 경복궁도 가 보고 덕수궁도가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피로회복제를 열병쯤 마신 기분이 난다.그런데 여기서 문제점을 하나 발견했다.

경복궁도 그렇고 덕수궁도 그렇고 가볼 적마다 무슨 공사인가를 한다는 거다.공사하는 거야 누가 탓하랴.덕수궁 입장료가 700원이다.입장료 700원 안에는 덕수궁에 들어갔다가 5분 만에 나와도 되고 10분 만에 나와도 되고,아침 일찍 들어가 끝나는 시간에 나오든 그거야 입장한 사람 사정에 따라 다를 것이다.



문제는 공사중인 곳에는 줄을 쳐 놔서 들어가 보지도 못하고 구경도 못한다는 거다.이럴 때 매표소 앞에 이런 안내 글귀 하나 있으면 어떨까.덕수궁에 들어오시면 어디어디가 공사중이라서 관람을 못 하시므로 입장료 100원 혹은 50원쯤을 깎아드리고 공사가 끝나면 다시 700원 받겠습니다.한마디 더 보탠다면 ‘50원이나 100원을 돌려드리기는 그렇고,모아서 수재민에게 시민 여러분의 이름으로 성금으로 보내겠습니다.’라고 말이다.

전유성 개그맨
2002-10-16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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