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북합의 재론의 문제성(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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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4-11-29 00:00
입력 1994-11-29 00:00
지난달 21일 북한과 미국간 제네바 핵합의가 서명됐을때 우리는 합의내용에 큰 불만과 비판을 개진한 바 있다.왜냐하면 그 합의내용이 북한측에 지나치게 유리할 뿐 아니라 경수로지원에서 대부분의 자금과 기술지원을 떠맡아야할 한국의 입장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데 대한 불쾌감 때문이었다.

그러나 미국내 보수세력을 대표하는 공화당 원로들이 29일부터 시작되는 미상원의 청문회에서 미·북간 핵합의에 맹렬한 비판을 가하고 나아가 제동까지 걸려는 움직임이 구체화되고있는 지금 공화당 일부인사들의 그러한 언동에 우리가 우려를 표명치 않을 수 없는 형편이 된것은 실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미국과 북한이 서명한 문서의 성격은「기본 합의문」(Agreed Frame­work)이다.따라서 조약이 아니기때문에 의회의 비준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그렇긴하지만 경수로지원및 대체에너지 제공에서나 평양 주재 연락사무소 설치에 드는 비용등 예산집행과정에서 공화당이 수적으로 우세한 의회가 제동을 걸수 있는 길이 완전 배제되어있는 것은 아니다.이렇게되면 북한은 합의 불이행을 들어 합의 자체를 거부할수 있고 이는 한반도 핵문제의 원점회귀를 의미하게 되는 것이다.우리는 제재와 반발등 한반도에 또하나의 전쟁위기가 조성되는 사태를 경계한다.

그러나 우리는 미·북합의가 전면 백지화되는 형국은 상상하기 어렵다는 사실도 알고있다.미·북합의가 비록 조약은 아니라 하더라도 초강대국인 미국이 약속한 합의다.이런 국가간의 합의가 휴지가 된다면 미국의 전세계에 대한 신인도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게 확실하다.더구나 미·북합의는 클린턴 대통령이 서명후 대북친서를 통해 확약까지 했고 유엔안보리도 합의문의 성실이행을 촉구하는 의장성명까지 내놓은 상태다.이런 국제적 약속을 미국이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행동을 할수는 없는 일이다.

그런 사실을 잘아는 공화당측이 비록 다수당의 입장에 있다고해서 미·북합의 자체를 깨뜨리는 행동을 함부로 하지는 못할것이다.또 공화당내에서도 상당수는 「합의」깨기 보다는 북한에 대한 성실이행 유도에 비중을 두는 의원도 적지않은 것으로 알려지고있다.

이러한 정황으로 보아 공화당의 공세는 핵합의를 뒤집으려는 의도보다는 클린턴정부에 대한 정치공세일 가능성이 크지만 그것이 우리에게 미칠 영향을 우리는 우려한다.공화당과 민주당정부간의 고래싸움에 우리의 새우등이 터지는 사태는 바람직하지 않다.공화당공세에 밀린 클린턴정부가 대체에너지 지원비를 한국등에 떠넘기려 하거나 한국의 경수로지원비율을 더높이려 할 사태도 우리는 결코 원하지 않는다.우리 정부는 이런일이 없도록 미리미리 충분한 대비를 해나가야 할것이다.
1994-11-29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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