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정보관리법/안공혁 신용보증기금 이사장(굄돌)

  • 기사 소리로 듣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공유하기
  • 댓글
    0
기자
수정 1993-12-31 00:00
입력 1993-12-31 00:00
계유년 한해가 조용히 저물고 있다.금년은 문민정부의 출범과 더불어 개혁과 개방이라는 두 단어로 특징지워질 수 있을 만큼 변화와 격동의 한해였다.특히 국민정서와 사회분위기를 오랫동안 짓눌러왔던 경제악법들을 개정·폐지하려했던 새 정부의 노력은 일층 돋보였다.

우선 그 중에서도 5·16혁명 당시 국가재건최고회의라는 초법적 기관에서 제정한 불정수표단속법의 일부조항 개정은,그간 국가공권력으로 고착되어 온 왜곡된 신용풍토에 자율의 새 바람을 일으키는 결정적 계기를 마련한 것이어서 특히 주목을 받았다.또한 밝은 신용사회를 열어가는 데 있어서 또 하나의 걸림돌로 지적되어온 신용조사업법을 보다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새 법으로 대체하겠다는 발표에서는 무언가 제대로 되어감을 느낄 수 있었다.

현행 신용조사업법은 일제치하에서 통용되던 법내용을 5·16군사혁명 직후 구법령 정리작업의 일환으로 제정된 흥신업단속법의 주요내용을 대부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이에 따라 과거 권위주의 시대를 한결같이 특징짓는 규제,제한,금지,처벌등 부정적 조항들이 법의 주요골격을 형성함으로써,신용조사업의 육성·발전을 도모하기에는 구태의연하고 시대역행적이라는 비난을 받아왔다.이같은 상황 등을 감안할 때,지금까지 경찰청이 관장해오던 신용조사업에 대한 허가및 감독권을 재무부로 이관하고,신용조사기관의 공신력제고를 위하여 법정 최소자본금을 상향조정하려는 법개정 움직임은 시대적 순리에도 부합된다 할 수 있다.

그러나 이같이 신용조사업법의 일부 내용을 손질하는 수준에서의 대체업법 정도로는 신용정보의 원활한 유통과 활용을 기대하기 어렵다.현실적으로 우리사회에서 신용을 토대로 모든 업무가 수행되고 기업등 경제주체들이 자발적으로 자기의 신용을 공개하고 쌓아갈 수 있도록 뒷받침할 수 있는 신용정보 관리법이 출현될때 진정한 의미의 신용사회의 기반이 조성될 수 있다.

본질적으로 법이란 실재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정당성과 영속성을 보장받을 수 없다.시대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법은 바르게 고쳐져야 하고,또한 새로운 시대적 수요가 창출되는 법은 조속히 제정되어야 함이 마땅하다.

만일 우리가 선량한 절대다수가 원하는 신용사회를 거스르는 법들을 그대로 방치하거나 새로운 법을 제정치 못하는 우를 범한다면 다음세대를 향하여 과연 무엇이라 변명할 것인가?
1993-12-31 12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