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권 당첨된 줄 알았나”…치매 할머니 통장 ‘싹쓸이’한 34세 손녀 [월드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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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은 기자
김성은 기자
수정 2026-09-29 10:53
입력 2026-09-29 10:53
세줄 요약
  • 치매 할머니 재산 관리 맡은 손녀의 횡령
  • 10개월 만에 3만 파운드 이상 탕진
  • 장례비도 남기지 못한 채 드러난 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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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의 뒷모습. 위 사진은 기사 본문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123rf
노인의 뒷모습. 위 사진은 기사 본문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123rf


치매에 걸린 할머니의 재산을 맡아 관리하던 영국의 30대 여성이 할머니의 돈을 제 돈처럼 써버려 법의 심판을 받았다. 할머니가 세상을 떠났을 때는 장례비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28일(현지시간) 영국 더 선에 따르면, 세 아이의 엄마인 대니엘 램스보텀(34)은 할머니의 은행 계좌에 있던 돈을 불과 10개월 만에 모두 써버렸다. 그는 이 돈으로 외식과 쇼핑을 즐겼고, 집세를 내는 데도 썼다.

사건은 할머니가 치매 진단을 받고 랭커셔주 뱀버브리지의 요양원에 들어가면서 시작됐다. 할머니가 스스로 재산을 관리할 수 없게 되자, 램스보텀의 어머니가 먼저 보호법원에 재산 관리인이 되겠다고 신청했다. 하지만 파산 선고를 받은 이력 때문에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자 어머니는 딸에게 대신 그 역할을 맡으라고 했다.

재산 관리인이 된 램스보텀은 할머니의 집을 판 돈에서 3만 파운드(약 5400만원)가 넘는 금액을 빼돌렸다.

2018년 10월 할머니가 숨을 거두었을 때, 계좌에는 장례 비용을 치를 돈조차 없었다. 이 사실은 램스보텀의 이모가 어머니의 유골을 찾으려고 장례업체에 연락하면서 드러났다. 장례비가 한 번도 지급되지 않은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램스보텀은 지위를 남용한 사기 혐의를 인정했다.

프레스턴 형사법원의 마이클 마허 판사는 “처음에는 망설였을지 몰라도, 곧 사기로 얻은 돈을 신나게 즐겼다”며 “할머니의 돈을 지키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의무였는데, 오히려 계좌를 개인 저금통처럼 털어 썼다”고 지적했다. 이어 “2017년 12월 이 돈이 통장에 들어왔을 때 크리스마스 복권에라도 당첨된 기분이었을 것”이라며 “당시 본인 통장은 텅 비어 있었다”고 말했다.

판사는 할머니의 처지를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그는 “할머니는 빈털터리로 세상을 떠났다”며 “치매로 판단력을 잃은 탓에 손주가 자신의 병을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떠난 것이 그나마 작은 위안”이라고 했다.

램스보텀은 이모에게 거짓말까지 했다. 판사는 “이모는 끈질기게 진실을 추적했다”며 “공공후견청과 연금청, 경찰을 오가며 몇 년 동안 이 문제를 파고들었다”고 설명했다.

판사는 램스보텀에게 날카로운 경고도 남겼다. 그는 “‘아이가 셋이라 시간이 없다’며 동정심에 호소할 생각이라면 짐을 싸 오라”며 “그렇다면 곧장 계단 아래 구치소로 내려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은 램스보텀에게 징역 14개월에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이와 함께 150시간의 무급 사회봉사와 5일간의 재활 프로그램 이수도 명령했다.

김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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