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동산 대책 안 먹히는 이유부터 찾아내야
수정 2018-01-08 00:04
입력 2018-01-07 22:20
정부는 지난해 8월 2일과 12월 13일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와 대출 제한을 중심으로 한 강력한 규제책을 쏟아냈다. 이에 따라 오는 4월부터 서울을 비롯한 조정 대상 지역 내 다주택자들에겐 16~62%의 양도세율이 적용된다. 현재는 6~42%의 기본세율이 적용되고 있다. 2주택 보유자에겐 기본세율에 10% 포인트, 3주택 이상 보유자에겐 20% 포인트 중과하는 것이다. 결국 양도세 중과를 피해 4월 이전에 집을 처분하라는 강력한 경고인 셈이다.
하지만 서울 부동산 시장의 반응은 반대로 치닫고 있다. 이른바 ‘똑똑한 한 채’를 향한 수요가 커지면서 매수세가 치솟고 있다. 지방의 집을 팔고 서울의 집은 지키거나 구입하는 현상이다. 실제로 국민은행의 주택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전국의 매수 우위지수는 45.4인 반면 서울은 2배가 넘는 98.8을 기록했다. 게다가 다주택자들이 집을 팔기보다 일찌감치 자녀에게 증여하는 현상도 뚜렷해지고 있다. 한국감정원 통계를 보면 8·2대책 이후 서울의 월평균 증여 건수가 10% 가까이 늘었다.
정부는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는 부동산 시장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주택 매수세가 지방에선 자취를 감추고 서울에서만 넘쳐 양극화만 극심해지는 현상에 주목해야 한다. 양도세 중과 중심의 규제책에 어떤 허점이 있는지 찾아내야 한다. 마지막 카드로 준비 중인 보유세 개편도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6억~9억원 이상의 주택 소유자에게 부과하는 종합부동산세를 강화한다고 한다. 하지만 보유세를 중과할 경우 ‘똑똑한 한 채’ 현상이 더 두드러지면서 매물이 실종될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 나온다. 새해 들어 서울의 아파트값이 급등한 것도 그 때문이라는 것이다. 만약 보유세 카드마저 약발이 듣지 않으면 그야말로 백약이 무효인 통제 불능 상태가 올 수 있다. 그간 내놓은 부동산 정책에 대한 정밀 진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2018-01-08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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