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학교화장실 설치 무상복지보다 더 시급하다
수정 2012-09-19 00:30
입력 2012-09-19 00:00
법 개정 이전에 지어진 학교야 그렇다 치더라도 그 이후 신설된 초·중·고 61개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법 규정을 제대로 지킨 곳이 단 한곳밖에 없다니 놀랍기 짝이 없다. 법이 정한 기준엔 못 미치지만 그나마 여학생 변기가 더 많은 곳은 18곳, 남녀 변기 수가 같은 곳은 6개교에 불과하다. 그동안 여성단체 등이 줄기차게 여학생 화장실 대폭 증설을 외쳤건만 공염불이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이는 여성의 경우 남성에 비해 볼일을 보는 시간도 더 걸리고, 공간도 더 넓어야 하는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남녀 화장실의 면적만 동일하게 맞추다 보니 생긴 일이다. 화장실 수도 턱없이 부족하지만 낙후된 시설도 문제다. 너무 낡은 데다 비위생적이어서 어린 학생들에게 학교 화장실 이용은 공포스러울 정도라고 한다.
첨단 사회에서 유독 학교 화장실만 과거에 머물러 있는 데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무상급식과 무상보육 등의 예산이 엄청나게 늘면서 학교시설 예산이 대폭 줄어든 탓도 크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무상급식 예산은 2323억원으로 2010년의 2.2배 정도인 1598억원이 증가했다. 교총이 낸 통계를 보면 무려 7배나 늘었다. 그러다 보니 올해 화장실 등 학교 기타시설 증축 예산은 2010년에 비해 35.6%, 교육환경개선 예산은 30.8%나 감소할 수밖에 없었다. 화장실처럼 학생들의 건강과 인권을 위한 기본적 시설은 부유층 자녀에게까지 베푸는 무상급식이나 무상보육보다 훨씬 더 시급한 인프라다. 학교 화장실이 무상복지 쓰나미에 파묻히는 꼴이 돼선 안 된다.
2012-09-1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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