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여성리더십/육철수 논설위원
수정 2010-11-03 01:24
입력 2010-11-03 00:00
중국 역사학자인 저자는 이 책에서 남성 권력자들을 차례로 쓰러뜨린 클레오파트라, 중국 역사상 걸출한 정치가로 꼽히는 측천무후, 전쟁에 굴하지 않은 합스부르크의 마리아 테레지아 여제, 현재 영국민은 물론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 이르기까지 12명의 여왕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여왕들의 리더십과 자질의 공통적 특징을 4가지로 정리했다. 비상한 두뇌로 남성들을 무력하게 만드는 ‘탁월한 지혜’, 결단력과 행동력을 보여주는 ‘비범한 담력’, 시련과 좌절을 딛고 성공에 도달하는 ‘불굴의 의지’, 내정·외교에서 감탄할 정도의 처세를 ‘명철한 수단’으로 활용했다고 한다.
이런 고전적 여왕 리더십에 가장 근접한 현대 국가의 여성 지도자로는 영국의 마거릿 대처 전 총리를 꼽을 수 있다. 1979년 취임한 뒤 광산 근로자들의 고질적인 파업을 뿌리뽑아 이른바 ‘영국병’을 치유한 것으로 유명하다. 1982년에는 포클랜드 전쟁을 지휘해 아르헨티나에 대승을 거두기도 했다. 남성 국가지도자들이 손도 못 댄 현안을 단숨에 처리하고, 전쟁 수행능력 또한 뛰어나 대처에겐 ‘철의 여인’이란 별명이 늘 붙어다닌다.
21세기 감성시대를 맞아 여성의 리더십은 ‘강하고 남성적인’ 데서 ‘섬세하고 부드러운’ 쪽으로 기울었다. 다그치고 몰아치는 게 아니라 보듬고 살펴주는, 여성 본연의 리더십으로 돌아왔다. 기업에서 모성경영, 핑크리더십 같은 게 잘 먹혀드는 것은 이런 시대적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한 시대에 여성 국가지도자 16명이 동시에 나온 것도 그 연장선으로 보인다. 며칠 전 브라질에서 또 여성 대통령이 탄생했다. 그 나라 국민도 어머니처럼 자애롭고 따뜻한 영도자를 무척 기다렸나 보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2010-11-0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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