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쌀시장 조기개방/조명환 논설위원
수정 2009-04-09 00:46
입력 2009-04-09 00:00
민·관합동기구인 ‘농어업선진화위원회’가 그제 첫 워크숍을 갖고 ‘쌀시장 조기개방’문제를 의제의 하나로 선정했다. 5년 뒤인 2014년이면 어차피 쌀 시장의 문을 열어야 할 상황이다. 국내외 여건을 감안해 국민 부담이 조금이라도 덜한 쪽으로 유리한 선택을 하자는 의도다. 조기 개방 논리는 이렇다. 현재대로 계속 가면 최소시장접근(MMA)방식에 따라 2005년 22만 5575t에서 시작한 쌀 수입물량이 2014년에는 40만 8700t이 된다. 5%의 낮은 관세로 매년 같은 물량을 의무 수입해야 한다. 쌀 소비가 줄어들고 있어 의무도입량이 국내 소비량의 12%에 이르게 된다. 수입쌀을 필요 이상으로 들여와야 하는 것이다.
관세화 조치를 통해 시장을 열면 개방 시점의 MMA수준 물량만 수입하면 된다. 서둘러 내년부터 열면 수입량이 32만 7311t(30%인 밥쌀용 9만 8193t 포함)에 그친다. 수입 쌀이 쏟아져 들어올 우려도 크지 않다. 국제 쌀값이 크게 올라 초기 8배에 이르던 가격차가 많이 줄었다. 일본(1999년)이나 타이완(2003년)이 국내외 가격차이인 ‘관세화상당치’를 잘 활용한 전례도 있다. MMA물량을 최소화하고 환율(원·달러 환율 926원)과 국제 쌀가격(t당 425달러)을 최악의 조건으로 놓고 따져도 10년간 1800억∼3700억원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쌀 수입개방을 두고 치른 갈등과 사회적인 비용을 지불한 전례를 감안하면 쌀시장 개방을 이런 수치적인 실익만으로 따질 수는 없다. 조기개방을 하면서도 실익을 챙기기 위해서는 이해당사자 등과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 큰틀에서 동의하면서도 중국 보따리상 수입과 같은 예기치 않은 사태를 우려하는 농민들의 막연한 불안감부터 가라앉혀야 할 것이다.
조명환 논설위원 river@seoul.co.kr
2009-04-0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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