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사이버 마약/노주석 논설위원
수정 2009-02-21 00:46
입력 2009-02-21 00:00
‘사이버 마약’ 아이도저(I-Doser)의 효과와 처벌에 관한 열띤 논쟁이 네티즌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다. 아이도저란 인위적인 뇌파조절을 통해 실제 마약을 사용한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고 알려진 MP3파일로 된 ‘듣는 마약’. 지난해 이탈리아에서 개발됐다. 아이도저 사이트에는 항불안성, 항우울성, 스테로이드, 진정제, 처벌성 마약 등 자극적인 이름이 붙은 73개의 코너가 있다. 마약류 중에는 코카인, 헤로인, 마리화나, LSD 등 무려 28가지의 환각효과도 느낄 수 있다고 버젓이 소개하고 있다.
해외에서 유해성 논란을 일으켰던 아이도저가 국내에 상륙한 지 일주일이 흐른 20일 급속도로 퍼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파일 1개당 3∼56달러를 받고 팔았다. 미국에서도 1∼5달러씩 내야 했다. 그런데 ‘IT강국’ 한국에서는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포털 사이트를 통해 공짜로 들을 수 있다. 파일 다운로드도 손쉽다.
효과의 진위와 의학적 검증 여부를 떠나 사이버 마약이 청소년들에게 마구잡이로 노출되는 현실이 문제다. 청소년들은 음악파일에 불과한 것처럼 보이는 사이버 마약을 ‘법률상 마약’처럼 경계심을 갖고 대처할 분별력이 없기 때문이다. 환각에 대한 간접 경험이 실제 마약복용으로 이어지는 중간단계 역할을 할 개연성도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뜨끔하다. 사이버 마약의 중독성은 결코 가볍게 넘어갈 일이 아니다. 우리 사회는 이미 인터넷 중독의 폐해를 톡톡히 겪었고, 현재 진행형이다. 현행법에 저촉되지 않고 처벌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방치할 순 없다.
노주석 논설위원 joo@seoul.co.kr
2009-02-21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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