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디지털 정보 싹쓸이 ‘정보 주권’ 위협하는 구글

김소라 기자
수정 2016-07-21 18:25
입력 2016-07-21 18:12
구글은 구글 검색과 지메일, 구글 지도,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등 다른 IT 기업들을 압도하는 방대한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해 각국의 디지털 정보를 포식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본사의 정책을 전 세계에 동일하게 적용한다는 원칙을 고수해 ‘정보 주권’ 싸움의 주요 대상이 되고 있다.
이 같은 ‘구글 스탠더드’에 가장 적극적으로 맞서고 있는 건 EU다. EU와 미국은 지난 12일 유럽으로부터의 데이터 반출 규정을 새롭게 정립한 ‘프라이버시 실드’ 협정을 체결했다. 유럽 내에서 수집한 정보의 자유로운 미국 반출을 보장해 온 기존의 ‘세이프 하버’ 협정을 폐기하고 보다 강화된 제동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2000년 체결된 ‘세이프 하버’ 협정을 발판으로 구글은 유럽에서 검색 시장 점유율을 90%까지 끌어올렸다. 그러나 미국 정보 당국이 구글 등의 서버에 별도 프로그램을 설치해 이용자들을 무분별하게 감시하고 있다는 전직 미국 국가안전보장국(NSA) 요원인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를 계기로 개정 논의에 불이 붙었다. 새롭게 마련된 ‘프라이버시 실드’는 미국 기업들이 유럽의 정보 보호 기준을 준수하고 있음을 스스로 인증하게 하는 등 의무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국내 IT 업계에서는 단순한 지도 데이터라도 이용자 개개인의 위치정보와 결합할 경우 파급력이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모바일 시대의 빅데이터는 스마트폰으로 수집된 개인의 실시간 위치와 이동 경로, 행적을 근간으로 구성된다. 우리나라 스마트폰 시장의 80%를 차지하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위치추적 기능은 이용자의 이동 경로와 행적, 위치를 시간 단위까지 구글 지도에 타임라인으로 저장할 정도로 정교하다.
IT 업계 관계자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 이용자들의 실시간 위치정보를 인식하고 구글 지도에 결합할 수 있다는 의미”라면서 “이를 구글이 자유롭게 가공해 위치 기반 광고 등 다양한 사업에 활용할 수 있어 사생활 침해 문제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구글이 국내 사업자들과 마찬가지로 위성지도에서 청와대나 군사시설 같은 국가 안보 시설을 블라인드 처리할 경우 반출을 허가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해외로 가져간 지도 데이터에 대해서는 국내법상 사후관리 규정이 없어 국내에 서버를 두지 않는 이상 각종 심사로부터 자유롭게 된다. 이 때문에 데이터의 반출 여부를 넘어 글로벌 IT 기업으로부터 데이터에 대한 관리와 통제 권한을 확보하는 방안에 관해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2016-07-22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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