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인은 압색 영장 왜 못 받나”…헌재 재판소원 첫 변론

박은서 기자
수정 2026-10-21 22:08
입력 2026-10-21 19:20
세줄 요약
- 재판소원 첫 공개변론, 참고인 영장 사본 쟁점
- 사생활 침해와 수사 밀행성 보호 논쟁 격돌
- 헌재, 위헌 여부와 제도 취지 종합 검토 예정
지난 3월 사법개혁 3법으로 도입된 ‘재판소원’ 제도의 첫 번째 공개변론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렸다. 피의자가 아닌 참고인에게 압수수색 당시 영장 사본을 교부하지 않은 것이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는지를 두고 세 시간 넘게 공방이 이어졌다.
헌재는 21일 김영수 변호사가 고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 수사 과정에서 “압수수색 영장 사본을 받지 못했다”면서 대법원을 상대로 낸 재판소원 사건의 변론 기일을 진행했다. 당초 재판소원 1호 사건은 녹십자의 백신 입찰 담합 과징금 건이었으나 변론 기일이 23일로 밀리면서 이 사건이 첫 공개 변론이 됐다.
사건의 발단은 2022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 이 중사 사망 사건을 수사하던 안미영 특별검사팀은 참고인 신분이었던 김 변호사의 집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이 과정에서 김 변호사는 “영장 사본을 달라”고 요청했으나 특검팀은 형사소송법 조항을 이유로 거부했고 메모나 사진 촬영조차 허가하지 않았다.
형사소송법 118조는 ‘압수수색영장 처분을 받는 자가 피고인인 경우 사본을 교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피고인이 아니었던 만큼 수사기관에서 영장 사본을 교부할 의무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김 변호사는 이에 불복해 법원에 압수수색 취소와 영장 사본 교부 요청 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준항고를 제기했다. 서울중앙지법은 2023년 5월 “김 변호사의 사생활이 침해됐다”면서 압수수색 처분의 위법성을 지적해 일부 취소하면서도 현행법상 압수수색 영장 사본 교부 대상은 ‘피의자’로 한정된다면서 사본 교부 의무는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 역시 지난 2월 김 변호사의 재항고를 기각했다.
변론의 핵심 쟁점은 ‘피의자가 아닌 제3자에게 영장 사본을 주지 않는 것이 합리적 차별인가’였다.
청구인 김 변호사는 “왜 압수수색을 당해야 하는지 파악하지 못한 채 이 사건과 관련 없는 사적 대화까지 무차별적으로 압수를 당했다”면서 “수사대상이 된 피의자보다 영문도 모른 채 사생활의 자유가 침해된 참고인이 더 보호돼야 하는 게 상식”이라고 주장했다.
이해관계인인 법무부 장관을 대리해 출석한 정부법무공단 측은 “제3자에게 영장 사본을 교부할 경우 수사 밀행성(보안)이 침해될 우려가 있다”고 반박했다.
공단 소속 김상찬 변호사는 “피의자의 경우 방어권 보호를 위해 압수수색 영장을 교부할 합리적 이유가 존재하지만, 참고인의 경우 (사본을 받으면) 피의자에게 수사 사실을 알려 밀행성을 침해하거나 증거인멸에 악용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또한 헌법 제12조 제3항이 ‘영장 제시’를 규정한다는 점을 들어 “영장 교부가 헌법사항이 아님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정부 측은 또한 이번 사건이 각하돼야 한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김 변호사는 “헌법소원은 다른 법률에 구제절차가 있다면 이를 거친 후에야 청구할 수 있는데 이 사건은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양측의 변론 이후 재판관들은 다양한 질문을 쏟아냈다. 김형두 재판관은 “당시 영장을 제시 받고 내용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느냐”고 물었고 김영수 변호사는 “전체 쪽수가 많아서 5~10분 동안 범죄사실을 파악하기가 어렵다”고 답했다.
오영준 재판관은 정부 측에 “민사집행이나 행정처분에서도 상세한 서면을 통지하는데 유독 형사 절차에서 피의자가 아닌 제3자만 불이익을 당해야 하느냐”고 물었고, 정계선 재판관은 “피의자 방어권 보장과 영장 사본 교부가 구체적으로 어떤 국면에서 연결되는 것이냐”고 물었다.
참고인으로 나온 최호진 단국대 법학과 교수는 “압수수색 영장 사본을 받지 않더라도 피압수자는 영장의 제시 단계에서 영장 내용을 이미 알게 된다”며 “수사의 실효성은 피의자 아닌 피압수자에게 영장 사본을 교부하지 않을 결정적인 근거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이날 청구인과 정부 측 대리인, 참고인 진술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향후 위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박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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