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손 되찾는 여정” 손민수가 말하는 ‘바흐 평균율’ 1권

최여경 기자
수정 2026-10-08 19:28
입력 2026-10-08 19:28
세줄 요약
- 바흐 평균율 1권 음반 발매와 월드투어 시작
- 하이페리온 전속계약 후 첫 결실, 셔먼 헌정
- 부상과 수술을 지나 연주 회복의 여정 강조
“스승 악보에서 영감” 셔먼에 헌정
“녹음은 음 하나하나에 담긴 의미를 내가 닿을 수 있는 가장 깊은 곳까지 파고드는 과정입니다. (공연) 연주는 관객과 연주자에게 단 한 번 주어진 시간 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함께 나누는, 한 번뿐인 시간이잖아요. 그래서 더욱 기대하고 있습니다.”
피아니스트 손민수(50) 미국 뉴잉글랜드 음악원 교수가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1685~1750)의 ‘평균율 클라비어 곡집’ 1권 음반을 내고 20여 회에 이르는 리사이틀 월드투어에 나선다. 2024년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리사이틀을 전석 매진시킨 그가 지난 7월 영국 클래식 레이블 하이페리온과 전속 계약을 맺은 뒤 내놓은 첫 결실이다. 음반 발매를 기념해 국내외 투어도 이어간다.
8일 서울 용산구 사운즈S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손 교수는 녹음과 공연에 대한 단상을 풀어냈다. 독일 바이에른 알프스 자락의 슐로스 엘마우에서 녹음을 하며 그는 “고행의 길에 스스로 들어선 기분이었지만 힘들 때마다 대자연 속을 걸으며 무엇이 더 중요한지 되새겼다”고 돌아봤다.
프로듀서는 하프시코드 연주자 케네스 길버트의 음반 등 폭넓은 장르를 다뤄온 한스 키퍼가 맡았다. 손 교수는 “피아노 소리가 사람의 목소리처럼, 때로는 특정 악기처럼 노래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처음부터 공유했다”고 설명했다.
음반은 그의 스승 러셀 셔먼(1930~2023)에게 헌정됐다. 셔먼은 생전 “너희를 가르치느라 평균율을 연주할 시간이 없다”고 푸념하곤 했다. 그가 세상을 떠나고 1년쯤 지나 또 다른 스승이자 셔먼의 아내인 변화경 교수가 셔먼이 공부하던 악보를 건넸다. 손 교수는 “악보에 남은 자취를 따라가다 보니 다시 레슨을 받는 듯했다”면서 “운지 하나까지도 피아노를 쉽게 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노래를 이어가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회상했다.
바흐와 베토벤은 두 스승이 사명처럼 일러준 숙제였다. 손 교수는 “선생님들은 졸업 연주든 학기말 시험이든 늘 두 작곡가를 빼놓지 않게 하셨다”며 “이 사회의 음악가로서 세상 밖으로 끄집어내 더 많은 사람과 대화하고 싶은 작곡가가 바로 두 사람”이라고 했다. 그는 “이번 음반뿐 아니라 저의 모든 음악 활동을 두 선생님께 헌정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2011년 뉴욕타임스 ‘올해의 클래식 음반’에 꼽힌 ‘골드베르크 변주곡’과의 차이도 짚었다. 그는 “‘골드베르크’가 한 주제를 체계적으로 쌓아 올려 듣는 이를 끌고 가는 힘을 지녔다면 평균율은 인간이 겪을 법한 거의 모든 질문과 감정을 24개의 여정에 담았다”며 “밤하늘의 별 하나하나가 빛나면서도 한 우주를 이루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바흐 푸가, 여린 목소리도 들려야”
오는 27일 예술의전당 등 월드투어
바흐가 ‘근본’인 이유로는 평균율이 모든 조성에 고유한 성격과 세계를 부여한 출발점이었다는 점을 들었다. 로베르트 슈만(1810~1856)이 ‘젊은 음악가들에게 평균율을 매일의 양식으로 삼으라’고 한 점을 짚으면서 “이후 거의 모든 작곡가가 그 토대 위에서 자기 세계를 찾아 나갔다”고 했다.
제자 임윤찬(22)에 대해선 “첫 레슨 무렵 평균율을 함께 공부하자고 했는데, ‘골드베르크’를 먼저 치고 싶어 한 건 윤찬이었다”고 소개했다.
이번 음반에는 긴 부상의 시간도 스며 있다. 2008년 12월 31일 사고로 3년간 오른손을 쓰지 못했고, 왼손을 혹사한 끝에 왼손마저 수술대에 올라야 했다. 통증과의 씨름은 2020년 무렵까지 이어졌다. 그는 “베토벤 소나타를 녹음할 때도 아침저녁으로 손이 아파 겨우 버텼다”면서 “다시 연주하는 과정은 잃어버린 손을 되찾아가는 여정이었다”고 털어놨다.
바흐 푸가에 대한 해석은 오늘의 사회로 확장됐다. 손 교수는 “정보가 범람하고 빠른 선택을 강요받는 시대에는 큰 목소리를 따라가기 쉽다”면서 “푸가에서는 모든 성부가 똑같이 중요하고, 작고 여린 목소리도 들려야 하며 그 목소리들이 어떻게 조화롭게 공존할지를 묻는다”고 강조했다.
투어는 지난달 캐나다 빅토리아와 밴쿠버에서 막을 올렸다. 다음 주 대만 타이베이를 시작으로 오는 27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을 포함한 국내 11회 공연과 싱가포르, 아랍에미리트, 미국 뉴욕 카네기홀 등지를 거쳐 11월 말까지 이어진다. 그는 “연주가 그날로 그치지 않고, 다시 돌아가 새로운 의미를 곱씹는 질문의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최여경 선임기자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내안의 AI 본성 분석 :
UNMASK ]
기사 읽는 습관에 숨겨진 당신의 MBTI는?
Q.
기사를 다 읽으셨나요? AI 퀴즈로 핵심 점검!
손민수 교수가 하이페리온과 계약한 후 첫 음반의 곡은?
![THE NEXT : AI 운명 알고리즘 지금, 당신의 운명을 확인하세요 [운세 확인하기]](https://imgmo.seoul.co.kr/img/n24/banner/ban_ai_fortune_v2.p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