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비만약 신청 93%가 ‘셀프 처방’…월 311만 개 풀려도 관리는 깜깜

이현정 기자
수정 2026-10-06 16:03
입력 2026-10-06 16:03
마운자로 97.3%·위고비 69.8%
공급량 약 19배 늘어도 투약 실태 파악 못 해
포장 표시·판매 제한…‘맹탕 규제’
비대면 진료 플랫폼을 통한 비만치료제 신청 10건 중 9건 이상이 환자가 약과 용량을 직접 고르는 ‘셀프 처방’인 것으로 나타났다. 위고비·마운자로 등 치료제 공급량은 한 달 311만 개를 넘어섰지만, 정부는 누가 어떤 기준으로 처방받아 투약하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오·남용 방지 대책도 포장재 경고 문구 삽입 정도에 그쳐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백선희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공개한 비대면 진료 플랫폼 ‘닥터나우’의 비만치료제 진료 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전체 신청 73만 5285건 중 93.0%(68만 3872건)는 환자가 약제와 용량을 직접 선택해 신청한 사례였다. 약제별로는 마운자로가 97.3%, 위고비가 69.8%였다. 환자가 약과 용량을 장바구니에 담듯 골라 신청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비대면 플랫폼이 사실상 ‘비만약 온라인 쇼핑몰’처럼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만치료제 공급량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의약품관리종합정보센터(KPIS)에 따르면 위고비·마운자로·삭센다 등 GLP-1 계열 비만치료제의 월 공급량은 2024년 10월 약 16만 개에서 올해 7월 311만 9941개로 19배 넘게 늘었다. 올해 1~8월 누적 공급량은 1841만 개에 달한다.
문제는 공급량만 집계될 뿐 실제 처방·투약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비급여 의약품이다 보니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보건복지부는 환자의 체질량지수(BMI)나 실제 투약량 같은 핵심 정보를 확인하지 못한다. 막대한 물량이 풀리고 있지만 치료가 필요한 환자에게 적정 용량이 쓰이는지는 깜깜이인 셈이다.
정부 규제도 급팽창하는 비만약 시장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식약처는 지난 6월 해당 비만치료제를 ‘오·남용우려의약품’으로 지정하는 고시안을 행정 예고했다. 지정에 따른 주요 조치는 용기·포장에 ‘오·남용우려의약품’ 문구를 표시하고 의약분업 예외 지역에서도 처방전 없이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조치만으로는 플랫폼을 통한 무분별한 비대면 처방, 이른바 ‘성지 약국’의 대량 유통, 소셜미디어(SNS)를 통한 불법 거래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종이호랑이식 맹탕 규제’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백 의원은 “정부는 월 311만 개가 넘는 비만약이 시중에 풀리는 것을 눈으로 보고도 누가 어떤 용량으로 오남용하는지조차 모르는 무능을 보이고 있다”며 “보여주기식 포장지 스티커 부착을 중단하고 비급여 처방 모니터링 체계 구축과 플랫폼·성지 약국 현장 점검 등 근본 대책을 즉각 수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현정 기자
세줄 요약
- 비대면 플랫폼 비만약 신청의 93% 셀프 처방
- 월 311만 개 공급에도 처방·투약 실태 파악 불가
- 포장 문구 수준 규제, 오남용 차단 역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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