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테크도 저문다…‘한정판 경제’의 위축

김현이 기자
수정 2026-10-06 00:54
입력 2026-10-05 21:22
무신사 솔드아웃서비스 연말 종료
‘4000만원 거래’ 에어포스1도 급락
소비위축·생산증가·정보우위 축소
가성비 소비에 중고거래는 급성장
한정판 상품에 웃돈을 붙여 되팔며 차익을 노리던 이른바 ‘리셀테크’ 열풍이 식고 있다. 코로나19 시기 유동성이 풍부해지면서 나이키 운동화부터 레고·피규어까지 번졌던 ‘한정판 경제’의 구조가 바뀌는 모습이다.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무신사는 한정판 거래 플랫폼 ‘솔드아웃’ 서비스를 연말에 종료하고, 이를 중고 패션 플랫폼 ‘무신사 유즈드’로 통합하기로 했다. 한정판 상품보다 중고 패션 거래에 집중할 계획이다.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솔드아웃의 월간 이용자 수(MAU)는 지난 8월 약 16만명으로 전년 동월의 25만여명에서 40%나 줄었다.
글로벌 리셀 플랫폼인 미국 스탁엑스도 상반기에 국내 검수센터 운영을 5년 만에 종료하며 한국 사업을 축소했다. 한정판 거래 플랫폼인 크림도 일반 패션을 취급하는 등 범위를 넓혔다.
이는 한정판 리셀 시장의 차가워진 온도 때문이다. 2020년대 초반만 해도 한정판 운동화는 ‘슈(shoe)테크’라는 신조어가 탄생할 정도로 가치 높은 투자 대상이었다. 나이키의 조던·덩크 등 인기 제품은 발매가보다 몇 배씩 높은 가격에 거래돼 ‘신발 하나 잘 사면 차 한 대 값도 번다’는 말도 돌았다. 지드래곤이 나이키와 협업해 만든 한정판 ‘에어포스1’ 운동화가 2023년 솔드아웃에서 약 4000만원에 팔리기도 했다.
하지만 크림에서 주간 거래량 1위에 오른 나이키 에어포스1은 발매가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등 예전의 가격 프리미엄은 찾기 어려워졌다.
무엇보다 고물가 지속과 소비심리 위축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리셀은 당장 필요하지 않은 한정판을 산 뒤 가격이 오르기를 기다려야 하는데,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고 소비 여력이 줄면 이런 투자성 소비부터 줄이기 때문이다. 또 한정판 가격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사라지면서 가격 상승 기대가 실제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순환 구조도 무너졌다. 공급 측면에서도 한정판의 희소성이 약해졌다. 나이키 등 주요 브랜드가 인기 제품을 반복 출시하거나 생산 물량을 늘린 데다, 소셜미디어(SNS)와 인공지능(AI)의 발달로 제품 정보와 시세가 빠르게 공유되면서 ‘아는 사람만 먼저 사는’ 정보 우위도 줄었다.
레고나 피규어, NFT(대체불가토큰) 등도 한때 희소성을 바탕으로 재테크 수단으로 주목받았지만 이전보다 존재감이 약해졌다. 아직 ‘포켓몬 카드’, ‘아이돌 포토카드’ 등이 여전히 높은 거래가를 형성하고 있지만 차익을 노린 리셀보다는 수집 자체를 목적으로 한 취향 소비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전체 중고거래 시장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비싼 한정판을 사서 되파는 것보다 필요한 상품을 보다 저렴하게 구매하려는 가성비 소비가 확산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페이넥스트360에 따르면 국내 전체 리커머스 시장 규모는 올해 약 7조원에서 향후 4년간 연평균 9.2% 성장해 2030년 1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김현이 기자
세줄 요약
- 한정판 되팔이 열풍 식으며 리셀테크 위축
- 무신사·스탁엑스 사업 축소, 플랫폼 재편
- 고물가·소비둔화·희소성 약화가 원인
2026-10-06 B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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